[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9
[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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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2월 봄날 동탁은 양성으로 군사들을 교련시키러 갔다가 마을에서 두레패를 즐기는 백성 천여명을 역적이라 하여 모조리 죽이라 명령했다. 동탁의 명이 떨어지니 병사들이 동네 백성들을 급히 포위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린 뒤에 백성들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고 천여명 백성들의 머리를 베어 경성으로 들어갔다. 경성 백성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놀랐다.

“양성에서 적병을 만나 대패시킨 뒤 큰 승리를 얻어 입성했다.” 동탁은 거짓 선전을 한 뒤 성문 밖에서 베어 온 백성들의 머리를 불사르고 노략질해 뺏어 온 재물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월기 교위 오부의 자는 덕유였다. 그는 동탁의 잔인무도한 짓을 보고 항상 분개하고 있었다. 조복 속에 짧은 갑옷을 입고 단도를 지닌 뒤에 기회를 엿보았다. 하루는 동탁이 대궐로 들어갈 때 오부는 단검을 빼어들고 동탁을 힘껏 찔렀다. 동탁은 원래 힘이 센 장사였다. 그는 공격하는 오부를 두 손으로 꽉 붙들었다. 뒤미처 동탁을 호위하던 여포가 오부를 거꾸러뜨려 결박했다. 눈을 부릅뜬 동탁이 물었다. “나를 시살하라고 시킨 자가 누구냐?”

오부도 눈을 부릅뜬 채 동탁을 꾸짖었다. “야, 이놈아! 너는 내 임금이 아니고 또 내가 네 신하도 아닌데 반한다는 말이 가당찮다. 네놈의 죄악은 하늘에 가득 차 사람마다 네 목이 베지기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네놈 사지를 수레로 찢어서 천하 백성들에게 사과하지 못한 게 한스럽다.”

그 말을 들은 동탁은 크게 노했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찢어 죽여라.”

오부는 무사들에게 끌려 나가며 쉴 사이 없이 동탁을 꾸짖다가 결국 죽었다. 

시인들은 그의 죽음을 조상하여 예찬했다.

- 한(漢)말 충신에 오부를 이야기 하네/ 하늘을 찌를 듯한 의기 세상에 둘이 없어라/ 조당에 역적을 찌르니 이름은 오히려 천추에 남아 있네/ 만고에 대장부라 일음직하구나. - 

그 뒤 동탁은 오부한테 한 번 혼이 난 뒤 출입을 할 때마다 항상 무장한 갑사들로 몸을 호위해 경비가 엄중했다. 그즈음 원소는 발해(渤海)에 있으면서 점점 더 흉악해지는 동탁의 농권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음에 불이 일어나 참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심복을 시켜서 밀서를 사도 왕윤에게 보냈다. 

- 역적 동탁이 하늘을 속이고 천자를 쫓아냈건만 사람들은 두려워서 차마 말을 못합니다. 공께서는 놈의 날뛰는 그 꼴을 보고도 듣고 보지 못한 채 하시니 이 어찌 보국 효충하는 신하의 도리라 하겠습니까? 원소는 지금 군사를 모집해 교련을 하면서 왕실을 소청(掃淸)하려 하오나 아직 경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이 만약 뜻이 있어 틈을 타서 역적을 도모하신다면 곧 명을 받들어 군사를 거느리고 쳐들어가겠습니다. -

왕윤은 밀서를 받은 후에 깊이 생각했으나 계책이 얼른 서지 않았다. 

하루는 왕윤이 조정에 들어가 보니 구신(舊臣)들만 모여 있었다. 왕윤은 마침 잘 되었다 생각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오늘은 마침 천한 몸이 세상 밖으로 나온 생일날 올시다. 차린 것은 별로 없으나 저녁 때 내 집으로 왕림하셔서 소작을 나누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참석해 왕윤의 수(壽)를 빌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왕윤은 후당에 잔치 상을 차렸다. 때가 되니 공경들이 차례로 모여들었다. 술이 두어 순배 돌자 왕윤은 얼굴을 가리고 느껴 울었다. 모든 공경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공의 기쁜 탄신일인데 어찌하여 별안간 슬퍼하십니까?”

왕윤은 울음을 그치고 대답했다. “오늘은 기실 내 생일이 아니올시다. 여러분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서 회포를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동탁이 의심을 할까 보아 일부러 생일이라고 청탁을 한 것입니다. 동탁은 천자를 속이고 권세를 희롱해 나라 형편이 아침이 아니면 저녁에 결딴이 나게 됐습니다. 우리 고황제께서 무도한 진나라를 멸하고 초를 멸하신 후에 천하를 통일해 지금 수백년인데 오늘날 누가 동탁의 손에 망할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슬퍼서 우는 것입니다.” 왕윤이 말을 마치자 모두가 함께 목을 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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