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사도 왕윤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조조는 역적 동탁 타도를 발표하고 왕윤에게서 받은 칠보도를 가지고 동탁의 작은 채로 찾아갔다. 동탁은 여포에게 조조를 동정해 노쇠한 말을 바꿔 주라고 했다. 여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조조는 마음을 다잡았다. 비대한 몸집의 동탁이 마침 숨이 가빠 자리에 돌아 누었다. 조조는 기막히게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이놈 동탁아! 넌 오늘 내 손에 꼭 죽는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급히 칼을 손에 빼어 들었다. 막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동탁이 누워 있는 벽에는 커다란 채경이 걸려 있었다. 동탁이 무심코 거울을 바라보니 조조가 등 뒤에서 칼을 빼어들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동탁은 깜짝 놀라 몸을 뒤치며 큰소리로 조조에게 물었다. “맹덕은 무슨 짓을 하는가?”

동탁의 목소리에 이번에는 조조가 깜짝 놀랐다. 말을 가지러 갔던 여포가 행각 밖까지 온 모양이었다. 말굽 소리가 들려왔다.

조조는 얼른 칼을 두 손으로 받들고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저에게 본시 한 자루의 보배로운 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승상께서는 항상 소인을 사랑하시어 좋은 말까지 하사하시는데 저는 아무 것도 들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하와 보검을 바치오니 작은 정성이오나 부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동탁이 보검을 받아보니 길이는 한 자가 넘는데 칼집에 칠보로 상감을 해서 눈이 부시고 날이 새파란 과연 명검이었다.

동탁은 어느새 밖에서 돌아온 여포에게 받아 두라며 칼을 넘겨 준 뒤 조조를 데리고 행각 밖으로 나갔다. 조조가 말을 보니 과연 일품이었다.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한 번 시험해 타 보겠습니다.”

조조의 말에 동탁은 여포에게 안장과 고삐를 내주라 했다. 조조는 말 등에 안장을 얹자 말을 끌고 승상부를 나왔다. 그는 대문 밖에서 선뜻 말안장에 오르자 급히 채찍질을 갈기면서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동남쪽을 향하여 달아나 버렸다.

조조가 승상부를 빠져 나가자 여포가 동탁에게 말했다. “조조의 행동이 암만해도 수상합니다. 밖에서 들어오다가 언뜻 봐서 아버님을 찌르려하다가 무엇 하느냐고 말씀하시니 지레 겁을 먹고 칼을 바친 것이 아닙니까?”

“나 또한 의심이 난다.”

동탁과 여포가 말을 주고받을 때 마침 모사 이유가 들어왔다. 동탁은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이유에게 말했다. 이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조는 권속을 데리지 않고 경성에 단신으로 있었습니다. 지금 사람을 보내서 불러 보십시오. 그가 지체 없이 오면 칼을 바친 것이고 오지 않으면 음모가 있는 것이니 잡아서 문초를 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동탁은 이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병사에게 명을 내려 급히 조조를 부르라 했다. 병사들이 말을 달려 급히 조조 뒤를 쫓으니 그의 그림자가 묘연했다. 동문에서 수문장에게 물었다. “조조가 동문을 빠져 나간 지는 벌써 오래 되었소. 승상의 명을 받고 긴급한 공사를 처리하러 나간다고 급히 가버렸소.”

병사들이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듯 동문 멀리만 바다보고 돌아와 보고했다.

이유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조조가 주공을 살해하려고 한 것이 분명합니다. 겁이 나서 달아난 것입니다.”

“내가 제 놈을 그토록 후대를 했는데 도리어 나를 해치려 하다니 천하에 죽일 놈이로구나.” 동탁은 크게 노했다.

“이 일은 반드시 공모자가 있을 것입니다. 조조를 잡기만하면 드러날 것입니다.”

동탁은 조조의 화상을 그려서 고을마다 방을 붙이고 조조를 산 채로 잡아들이는 자는 상 천금에 만호후를 봉하고 조조의 몸을 숨기는 자는 같은 죄를 내린다고 천하에 영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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