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호분 중랑장 이숙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여포는 의부(義父)였던 형주자사 정원의 목을 베어들고 동탁을 찾아갔다. 크게 기뻐한 동탁은 여포에게 황금 갑옷과 비단 홍포를 내렸다. 여포는 감읍하여 동탁을 다시 의부로 불렀다.

동탁은 여포를 얻은 뒤에 위세가 월등히 높았다. 스스로 전군을 거느리는 영전군사가 되고 아우 동민을 좌장군 호후에 봉하고 여포로 기도위 중랑장 도정후에 봉했다. 이유가 동탁에게 말했다. “어서 빨리 폐립(廢立)하려던 일을 실행하십시오.”

동탁은 이유의 말을 들어 대궐 안에 연회를 베풀고 공경대부들을 청한 후에 여포로 하여금 갑사 천여명을 배치해 좌우에 시위해 있게 했다.

이날 태부 원외를 비롯해 백관들이 차례로 모여 들었다. 술이 서너 순배 돌았을 때 동탁이 칼을 짚고 일어섰다. “금상께서 암약하시어 종묘와 사직을 받들기 어려우므로 나는 이윤과 곽광의 고사에 의해 제(帝)를 폐하여 홍농왕을 삼고 진류왕을 세워 황제 위에 나가시게 했으니 만조백관은 그리 알라. 만약 좇지 않는 자는 참하리라.”

군신들은 동탁의 말에 두려워서 감히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그중에 중군 교위 원소가 앞을 헤치고 나와 동탁을 꾸짖었다. “금상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 아니 되셨을 뿐 아니라 네가 적자를 폐하고 서자를 세우려하니 이것은 반하는 일이다. 절대로 불가하다.”

원소의 말에 동탁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뻗었다. 큰소리로 원소를 꾸짖었다. “지금 천하의 일이 내 수중에 달렸는데 내가 하는 일에 누가 감히 막는단 말이냐. 너는 내 칼이 무딘 줄 아느냐?”

원소도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칼을 쑥 뽑아들었다. “이놈, 네 칼만 잘 드는 줄 아느냐? 내 칼도 새파랗다.”

원소와 동탁 두 장수는 칼을 뽑아 들고 서로 겨누었다. 동탁이 원소를 공격하려고 하자 모사 이유가 나서서 동탁을 만류했다. “일을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함부로 살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에 동탁이 칼을 거두니 원소도 검을 거두고 백관을 향해 읍을 한 후에 인뒤웅이와 기를 동문 밖에 걸고, “내가 공연히 외병을 끌어들이자고 하진한테 발론을 한 것이 화근이 됐구나” 깊이 탄식한 뒤에 기주로 향해 갔다. 동탁은 원소가 나간 뒤에 태부 원외한테 물었다. “영감 조카가 너무 무례하오. 나는 영감의 낯을 보아 잠깐 용서하거니와 폐립하는 일이 영감의 의향에는 어떠하오?” 그렇게 묻고 있는 동탁의 눈방울은 핏발이 선 채 이글거렸다. 원소의 삼촌 원외는 벌써부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대감의 소견이 옳다고 봅니다.”

그 말에 동탁은 힘을 얻어 감히 대의를 막는 자는 군법으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모든 백관들이 떨면서 동탁의 의견을 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회가 파하고 모든 백관들이 돌아가자 동탁은 시중인 주비와 교위 오경에게 물었다. “원소가 불쾌하게 갔으니 뒷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원소가 불만을 품고 갔다고 해서 급하게 핍박한다면 변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더구나 원씨는 사 대째나 번성하게 내려오는 집안입니다. 그 밑에는 문생과 관리들이 허다하게 많습니다. 천하의 영웅호걸들을 모아서 변을 일으킨다면 산동 일대는 모두 그 사람의 땅이 될 것입니다. 넌짓 용서하시어 그에게 군수 한 자리를 주신다면 면죄되는 것이 기뻐서 후환을 일으키지 않을 겁입니다.”

그러자 주비가 나서며 거들었다. “원소는 꾀가 많으나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위인입니다. 족히 염려할 것이 없는 인물이올시다. 그러니 한자리 벼슬을 높여서 민심을 거두게 하십시오.”

동탁은 두 사람의 말을 옳게 받아들여 미운 사람 떡 한 개 더 준다는 심사로 원소한테 발해 태수 벼슬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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