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웃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 어느 한편에 근심과 걱정, 불안감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기 주장해왔던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지금의 2030 젊은이들 대다수가 믿지 않을 것이다. 고용재난은 현실로 다가왔으며,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겨우 5000명으로 줄었다.

취임 후 일자리 대통령,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통해 청년 취업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1년이 지난 정부의 청년취업 결과표는 30점도 안된다. 현재 야당에서는 고용쇼크와 관련, 막대한 예산은 어디로 낭비했으며, 청와대 집무실에 있는 일자리 상황판의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대북관계, 평화통일, 비핵화라는 단어가 피부로 느끼고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 당장 먹고 살길이 걱정인 청년들은 취업걱정을 하며, 촛불로 바꾼 새로운 정권에 대해 실망하며 한숨만을 내쉬고 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청와대 SNS 라이브에 출연해 일자리를 10만개 늘리겠다고 강조했지만, 그의 말을 믿는 청년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 수석은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구조조정이 끝나면 일자리가 내년 증가 쪽으로 기울고,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만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들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2)씨는 “노동자도 국민이고, 자영업자도 국민이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학생 알바나 무직자 청년을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33, 여)씨는 “영세 자영업자를 정부에서는 자본가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그나마 알바생까지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알바생들 역시 더욱더 깊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경제 전망과 고용시장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 한국 경제 역시 타격을 받으며 소득주도 성장정책 자체가 흔들린다는 분석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공무원 늘리기에 그만 몰두하고 더 넓은 시각으로 많은 청년 실업자들 챙기기에 올인해야 한다. 재벌과 협의해 투자를 촉진시키고 청년들과 만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통령이 청년들과 맥주 한잔과 커피하면서 단순히 이야기 듣고 끝나는 보여주기 쇼가 아니라 청년 자유발언, 청년들의 정책제안, 청년창업희망카드, 청년예술가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에 손을 들어줬던 대다수의 2030세대 청년들은 곧 등을 돌릴지 모른다. 일자리 예산 54조원 사용처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54조원이면 실업자 100만명에게 5400만원씩인데 그 돈이 다 어디로 사용됐는지 의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돼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쓰였다며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지 않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법인세를 올리고 노조에 힘을 실어주니, 신규채용에 투자하기보다, 이미 잘 먹고 잘사는 노조원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 취업난은 사회 양극화 현상만 부추기고 있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직장이 없고 돈을 벌지 못하는 청년들은 부모 눈치만 보며, 아직도 출가하지 못하고 용돈을 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고용이 해결되지 않는 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직장이 없는 청년들에게 남북정상회담은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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