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미군의 유해송환, 그리고 ‘침략군’ 규정
[통일논단] 미군의 유해송환, 그리고 ‘침략군’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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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은 왜 미군의 유해송환에 공을 들일까? 단지 외화벌이 때문일까. 아니면 미국에 접근하는 다리로 생각할까. 물론 그렇다.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미군의 유해는 대부분 북한 함경북도의 장진호와 평안북도 운산군 주변에 매장돼 있다. 미군이 북한 땅에서 전사했다는 사실은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6.25 북침설을 뒷받침하는 최고의 증거가 된다고 그들은 여기고 있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관리청, DPAA의 유명한 구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가 무색하게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은 2007년 이후 멈춘 상태이다. 유해 송환 문제는 북미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 왔다. 유해 송환이 북미 간 의제로 본격 대두된 건 1990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던 북한은 5월 판문점을 통해 미군 유해 5구를 처음으로 송환했고, 1994년까지 총 208구의 미군 유해를 단독 발굴해 송환했다. 그 뒤 1996년부터는 북미 합의에 따라 유해 발굴 사업이 공동으로 진행됐다. 미군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 JPAC과 북한이 함께 한 공동 유해 발굴 사업은 2005년까지 지속됐고, 이 기간 33차례에 걸쳐 총 229구의 미군 유해가 수습돼 미국으로 보내졌다.

스탠리 안/JPAC 한국담당관은 “전쟁포로로 생존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을 찾는 것이 최우선 임무입니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데서 미국 정부의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북미의 유해 발굴과 송환 프로그램은 북한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끝내 중단됐다. 미국 국방부가 추산하는 북한 내 미군 유해 규모는 5300여구. 이 중 1990년 이후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유해는 총 443구에 불과하다. 6.25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났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유해가 채 10분의 1이 안 되는 셈이다.

6.25전쟁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투는 단연 장진호 전투였다. 미군의 치명적 실수는 장진호 일대에 국경을 넘어 중국군 12만명이 매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미 해병대는 10배가 넘는 적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여기에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개마고원의 살인적인 추위도 미 해병대를 괴롭혔다. 어찌나 추웠던지 차량 부동액이 터졌고 총열이 얼어붙어 사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미 해병대도 중국군의 인해전술과 혹한의 날씨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장진호 전투로 인해 2500여명이 전사했고 5000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동상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 해병대는 빠른 판단과 작전으로 장진호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후에 함경남도 흥남으로 철수해 남한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흥남철수다. 그 후 미 해군 이지스 순양함의 이름을 장진호 전투의 이름을 따 초신(Chosin)이라고 지었다. 장진호 전투 당시에 한국어지도가 없어 일본어지도를 사용했는데 장진호의 일본어 이름이 초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다. 북한이 ‘북침연습’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던 조치를 중단함으로써 성의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음 카드로 어떤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일단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아주 이른 시일 내에 폐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리스트와 핵 관련 시설 현황 등을 북한이 어떻게 신고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전쟁포로와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발견된 유해를 즉시 송환한다’는 네 번째 합의사항도 논의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은 유해 송환에 필요한 나무관 등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옮겼다. 북미는 송환을 위한 물밑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났지만 유해 송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북한은 오는 27일, 그러니까 그들이 주장하는 ‘전승기념일’에 맞추어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이벤트를 크게 벌리려는 것 같다. 미국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판문점에서 다시 미군의 유해 송환 행사를 통해 미국은 침략자이며 북한은 그 침략을 막아낸 위대한 국가라는 행사를 노리는 북한의 미군 유해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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