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산 석탄은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통일논단] 북한산 석탄은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산 석탄이 우리 항구로 들어와 한바탕 난리다. 군사분계선(MDL)으로 이 나라가 둘로 쪼개지기 전 우리는 북한의 지하자원과 전력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사람의 왕래도 있지만 자원과 지형의 공동 이용이라는 거대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석탄 몇 만 톤 수입에 이 난리를 쳐야 한단 말인가. 유엔의 대북제재가 진행중인 가운데 핵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북한산 석탄이 국내 불법 반입됐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판명됐다. 관세청은 어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내 수입업자 3명과 법인 3개를 밀수입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모두 66억원 어치 북한산 석탄·선철 3만 5038t을 국내로 들여왔다고 한다. 러시아 항구에서 선박 환적을 통해 국적 세탁을 한 셈이다. 

관세청 발표는 지난달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와 언론의 보도로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 만이다. 예상대로 정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산 석탄이 싸다는 점을 노린 개인 수입업자의 일탈’로 선을 그었다. 신용장 거래 은행과 석탄을 사들인 남동발전도 불법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해 검찰 송치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석연치 않다. 이번 사건은 유엔 금수 품목인 북한 석탄이 밀반입됐다는 점에서 국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2017년 8월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는 북한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응징이자,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런 국제사회 결의를 핵심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어겼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당장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부가 한국 업자-북한 당국-러시아 간 ‘석탄 커넥션’이 1년 넘게 가동되도록 묵인했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제기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미국 주도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미 의회 일각에선 “한국 기업이라도 세컨더리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 정부가 한국을 신뢰하고 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에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북한 비핵화가 더딘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조급하게 추진한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지원금 800만 달러를 조기 집행할 것이란 보도와 관련, 미 국무부가 “성급하게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줄여주는 것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북한 비핵화)를 이룰 가능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점은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정부가 앞으로 할 일은 분명하다. 북한산 석탄 커넥션의 실체와 1년 넘게 금수 품목에 ‘구멍’이 뚫린 채 진상이 묻혀있던 배경과 원인을 규명해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 13일 열린다. 정상회담 성공과 북한 비핵화에 있어 한·미 간 긴밀한 공조와 국제사회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그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석탄 밀반입 사건은 우리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에 중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은 대북정책에 있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으며, 당근은 마이크 폼페이오, 채찍은 볼턴으로 업무 분장이 이뤄진 듯하다.

특히,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친서에 대한 답장 형태로 전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핵화 없는 경제 협력이 있을 수 없음을 누차 강조한 만큼 긴밀한 한·미 조율을 유지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다음 방북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 반입은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을 자칫 허사로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석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러시아 업체의 커넥션, 일사천리로 반입될 수 있었던 국내 시스템의 허점과 묵인 여부 등도 밝혀내고, 합당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현 정부의 대북 제재 진정성을 국내외에 입증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하루 빨리 북한의 비핵화가 완결돼 북한산 석탄이 자유롭게 우리 항구로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것이 통일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석탄뿐인가? 모래와 수산물, 광물자원, 나아가 관광객이 자유로이 오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