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배짱이 맞는 사람’들은 왜 만나지 않았는가?
[통일논단] ‘배짱이 맞는 사람’들은 왜 만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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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지난 5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시 김정은 위원장은 그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그를 가리켜 ‘배짱이 맞는 사람’이라고 추어주었다. 뭔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잘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6~7일 세 번째 방북에서 김정은은 폼페이오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뭔가 뒤틀린 것이다. 북한 내각 외무성은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에 대해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비핵화의 길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줬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또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외무성은 “(미국 측은) 정세 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외무성은 이번 회담에서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건네야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부조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떠나기에 앞서 “비핵화 시간표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의 신고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일단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북미 양측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을 협의할 후속회담을 하기로 했다. 또 오는 12일께 판문점에서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미국이 관심을 가진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세부적인 논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성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합의하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동시적·단계적 접근에 대한 요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6일부터 약 9시간에 걸쳐 회담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이번 회담 결과와 분위기에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그만큼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나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꺼내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주문하면서 핵·미사일과 관련 시설 등의 신고와 검증, ‘비핵화 시간표’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비핵화 로드맵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시간표’와 ‘핵신고’ 문제를 놓고 일정수준의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차는 종전선언의 이행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 측은 먼저 비핵화 초기조치를 진행한 뒤 일정시점에 가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은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으로 기대려는 김정은의 생각이 한반도 비핵화에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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