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窓] ‘나진-핫산 프로젝트’와 한·러 경제협력
[동북아 窓] ‘나진-핫산 프로젝트’와 한·러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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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는 북한·중국·러시아를 통하지 않으면 도로를 따라 유럽으로 갈 수 없다. 그만큼 육로 물류길이 제한돼 왔던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근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신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영토의 36%를 차지하지만 열악한 기후와 낙후된 인프라 때문에 전체 인구의 5%만이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 바야흐로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풍부한 에너지자원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극동항만 등 물류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경제를 활성화 시켜보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도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에 맞춰 ‘신북방정책’으로 북·중·러를 통한 북방으로의 물류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북방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전담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으며, 금년 4월의 남·북정상회담과 6월의 한·러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경제협력 모색의 물꼬를 텄을 뿐만 아니라, 한국·북한·러시아 3국이 참여하는 ‘나진-핫산(북·중·러 3국의 국경이 접한 러시아 도시) 프로젝트’도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진-핫산 프로젝트’는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핫산, 그리고 동해항로를 연결하는 물류 프로젝트로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운용 방식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부터 나진-핫산 프로젝트에 합의했고, 2008년에 합작회사를 세워 나진-핫산 간 철도 개보수 사업을 진행해 2013년에는 54㎞의 철로를 완공했으며, 2013년 이후로 나진항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나진-핫산 프로젝트의 합작 사업에 참여했다. 장차 이 철도를 이용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5.24 조치가 내려지면서 나진-핫산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는 전면 중단됐다. 한국의 프로젝트 참여가 다시 논의된 것은 2013년이다. 그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우리 기업이 ‘나진-핫산 물류협력사업’의 철도·항만사업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라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시범운송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시행된 3차 시범운송에서는 서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한 유연탄 12만톤을 화물열차로 나진항으로 수송한 후, 이를 화물선에 옮겨 동해항로로 광양항과 포항항에 보냈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이 시범운송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5.24조치 예외로 인정하며 국내 기업의 참여를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정부는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곧이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데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같은 해 3월에 채택되자 독자제재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선행돼야 남·북·러 3각 물류협력 재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2년 넘게 유지해 오다가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진-핫산 프로젝트는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장차 북한지역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가 추진하게 될 철도 화물수송과 송유관 및 가스관 운용에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나진-핫산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심층 연구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채비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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