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窓] 한·러 정상회담과 유라시아대륙 철도 연결 이슈
[동북아 窓] 한·러 정상회담과 유라시아대륙 철도 연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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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19세기 말엽 러시아가 일본·청나라와 함께 조선에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조선과 러시아의 외교관계는 본격화됐다. 양국은 1884년에 조·러 통상 조약을 맺었고, 고종 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 피신한 사건(아관파천; 1896~97년)을 계기로 러시아는 조선에 강한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일전쟁 이후 조선과 러시아 양국의 국교는 단절됐다. 그러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소련 대표팀이 참가해 종합 1위를 차지한 후, 한국과 소련 양국은 1990년 9월 30일 국교를 정상화하고 북방정책으로 교류가 재개됐으나 실적은 미미했다. 

금년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힘입어 한국과 러시아는 신북방정책으로 밀월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32개항에 이르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는데, 그중에서도 괄목할만한 것은 유라시아대륙을 철도로 잇는 복합물류망 구축을 위해 시베리아횡단철도망(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발점인 모스크바에서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9288㎞이다. 이 철도의 부설공사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가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56년 결성된 유라시아 대륙철도망 운송협정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으나, 금년 6월 7일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이 기구의 정회원이 됐다. OSJD는 철도가 지나는 북한, 중국, 러시아, 동유럽 국가 등 28개국으로 구성된 협력체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경부선과 경의선을 거쳐 신의주에서 중국횡단철도(TCR)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로 연결하거나, 부산이나 서울에서 원라선(원산∼나진)-하산을 거쳐 만주횡단철도(TMR) 따라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하는 방안, 그리고 곧바로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하는 대륙철도사업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이 있는 길이기도 하다. 1906년 러시아 니콜라스 2세 황제는 비밀리에 고종황제에게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2회 만국평화회의 초청장을 보냈다.

1907년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참석차 특사 이상설과 부사 이준이 일제에 의해 강제 체결된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폭로하고 한국의 주권 회복을 열강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 열차를 이용했다. 1936년에는 베를린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손기정과 남승룡도 이 철도를 이용해 독일로 갔으며, 1937년에는 소련 스탈린 정권이 이 길을 통해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17만여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기도 했던 길이다.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돼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몽골의 자원을 원활하게 수입하고, 우수한 국산제품을 중국, 러시아, 몽골, 그리고 유럽지역으로 수출함은 물론 관광사업 활성화와, 한류의 유라시아 전역으로의 확산도 동력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렸던 이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개가 유라시아로 힘차게 펼쳐나가는 희망의 실크로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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