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가능한 빨리 철수시키고 싶다면서, 그 이유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지금은 (철수 문제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놓여져 있지는 않다”면서도 “적당한 시기가 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태평양전쟁에서 일왕이 항복을 선언한 후 38선 이남의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키고 군정을 실시하기 위해 1945년 9월 8일 존 하지 중장이 이끄는 미 제24군단 제7보병사단이 인천항에 도착함으로써 비롯됐다. 그해 11월 말에 미군의 숫자는 약 7만명으로 증가했으나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인 1949년 주한미군사고문단 500명만 남겨둔 채 전원 철수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엄청난 숫자의 미군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주한미군은 1953년 휴전 직후에는 32만 5000명에 달했으나 1969년 6만 1000명으로 감축이 이뤄졌다. 이후 1990년에 들어서서 3만 6000명 선을 유지하던 주한미군은 2008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2만 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이래 현재까지 그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거론한 것은 1977년이었다. 1976년 카터 대통령 후보는 한국의 유신정권과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고, 1977년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한국과 협의를 거쳐 결국 3400명만을 감축하는 데 그쳤다. 1977년 5월 당시 유엔사 참모장 싱글러브 소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년 이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곧 한국을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참모장에서 해임된 후 전역했다. 그러나 그의 소신 있는 행동은 대통령이 단독 결심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철수문제는 반드시 미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4.27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을 일체 요청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협상을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16년 한 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72.6%인 3조 3924억원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계속 주둔비용을 증액시켜야 한다고 압박을 해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미군 주둔비용의 정확한 실체와, 주한미군이 미국의 아태지역 방위에 있어서 필수적인 방파제 및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미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문제를 꺼내지 않도록 탄탄한 한미 양국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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