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거주·이전과 여행의 자유
[인권칼럼] 거주·이전과 여행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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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장마철이 되면서 하루 종일 비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가 해가 뜨겁게 대지를 달구기도 한다. 이렇게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쾌청하고 시원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여름 휴가철에는 공항과 역, 버스터미널 및 여객선터미널 등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붐비게 된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인권이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사람들은 경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행에서 더 중요한 것은 원하는 곳을 안전하게 마음대로 갈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여행의 자유는 중요한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직접 여행이란 표현을 통해 그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제14조에 거주·이전의 자유를 규정해, 누구든지 원하는 장소에 머무르고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즉 누구든지 원하는 곳에 가서 살고 거주지를 옮기거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그래서 여유만 있다면 국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요즘처럼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또한 국민은 누구든지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자유롭게 입국하는 것도 보장받는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자유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거주·이전의 자유가 독자적 인권으로 보장된 것은,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거주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번 정한 거주지에서 언제든지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어야 사회·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경제적 기본권 속에 포함시켜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거주의 권리는 한 곳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곳을 거주지로 정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있어서 기업이 여러 곳에 지점을 개설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국민에게만 보장되고 외국인에게는 제한적으로만 보장된다. 국민은 출국과 입국의 자유가 원칙적으로 보장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입국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좀 오래됐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유명가수가 병역문제로 미국으로 출국한 후 한국적을 포기한 다음 공연목적으로 입국하려다가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당사자가 외국인이 됐고, 외국인에게는 국민과 같은 입국의 자유는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병역을 회피하고 국적을 포기한 자에게 국민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권과 인권의 차이가 나타난다.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로 거주·이전할 자유도 포함된다. 그래서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을 위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세계인권선언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국적을 이탈해 외국에 귀화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헌법재판소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체류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적으로 이탈할 수 있는 국적변경의 자유도 그 내용에 포함된다고 했다. 물론 거주·이전의 자유가 모든 국민에게 제한 없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경우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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