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형벌불소급원칙과 인권침해
[인권칼럼] 형벌불소급원칙과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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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명문으로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는 국가권력에 형벌권을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 행사를 통한 형벌권의 오·남용을 막아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법을 만들어 과거의 행위에 대해 처벌을 하면 어느 누구도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국가권력에 대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도 법을 만들어 처벌할 수 있다면 법은 정권수호의 도구로 변할 것이고 죄형법정주의원칙은 무너지고 법치국가는 불법국가로 변할 것이다.
헌법은 제1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제13조 제1항에서는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은 제13조 제2항에서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의 제한이나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이 법을 만들어 과거 행위에 대해 처벌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현행 실정법에 대한 신뢰를 보호함으로써 인권을 보호하고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법언(法彦) 중에는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이 있다. 법의 영역에서도 원칙에는 예외가 있다. 이 부분이 원리(原理)와 원칙(原則)의 차이점이다.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법치국가적 예외가 있고, 소급입법금지원칙 내지 형벌불소급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헌법상 제 원칙들은 법치국가원리 내에서 원칙이며, 이 원칙이 법치국가원리를 벗어나면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형벌불소급원칙 또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예외가 있었다. 물론 이 원칙들에 예외가 적용된다고 해도 인권이 침해돼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권 최대보장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예외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일제에 의한 식민지시대는 비극이면서 치욕의 역사이다. 그런데 이때 반민족행위자들에 의해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았고 박해에 시달렸다. 그런데 1945년 해방이후 건국과 남북분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960년 제3차 개정헌법은 제101조에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여 과거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소급입법을 헌법적으로 허용했다. 이는 후에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소급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에도 예외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1995년에는 우리 헌법사에 남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제1조에서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민주화를 정착시키며 민족정기를 함양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형벌불소급원칙의 예외를 명문으로 인정했다. 헌법은 정당성을 기초로 효력을 발생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헌정질서를 파괴한 쿠데타에게는 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인권을 침해해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원칙이란 이름하에 보호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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