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경찰버스의 차벽과 통행할 자유
[인권칼럼] 경찰버스의 차벽과 통행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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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현대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민주적 의식이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권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의 확립이 인권의식을 신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의식이 과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우리가 너무나 자주 보았던 것은 공권력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이는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우리나라 헌법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명시해 표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 집회와 결사는 개인에게 보장된 자유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집단적 표현의 자유라고도 한다.

현행 헌법은 집회의 자유만 언급하고 있지만, 2인 이상이 모인 집회가 한 장소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집회에는 이동하는 집회 또는 움직이는 집회인 시위의 자유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은 단지 집회만 규정하고 있지만 시위도 그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본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만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집단적 의사표현의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 권위정부와 군사정부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방법으로 수없이 이용됐다. 물론 집회와 시위는 다양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투쟁을 위한 방법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를 보는 정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차단하려고 했기 때문에, 과거 경찰과 시위대는 빈번하게 충돌했고,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었다. 그런데 1987년 헌법체제에 오면서 이런 장면은 서서히 바뀌었다.

2000년대 오면서 시위대의 행진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버스를 이용한 차벽은 공권력과 시위대가 물리적인 충돌을 막아주는 방법으로 빈번하게 활용됐다. 그러다보니 차벽으로 일정한 지역을 둘러싸서 아예 통행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의 통행까지도 차단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런 통행의 자유는 헌법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으나, 자유롭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이 누리는 기본적 자유 중에 자유롭게 이동하고 통행할 자유가 있고, 이런 자유는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온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일반 국민의 통행까지 차단하는 공권력의 차벽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차벽 자체를 위헌이라고 한 것은 아니고 통행할 공간도 없이 차벽을 만들어 세우는 것을 위헌이라고 한 것이다. 미묘하지만 시위의 자유도 무제한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차벽은 인정하지만, 일반 국민의 통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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