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선생의 교단일기] 외고·자사고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최 선생의 교단일기] 외고·자사고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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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지난 6.13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외고·자사고 폐지가 강력히 추진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법령 개정(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외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단계적으로 외고와 자사고를 재지정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고·자사고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수월성 교육(평준화 틀을 유지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외고·자사고 학부모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태세다.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로 교육계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외고 설립취지가 외국어에 특화된 인재를 길러내는 게 목적인데 오로지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학교로 전락했다”고 한다. 외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고 이들이 적폐이고 청산대상이라는 논리다. 명문대 진학을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는 없다. 중학교 때 전교 5% 이내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외고로 진학하고 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을 많이 하는 것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수긍하기 힘들다. ‘인풋이 좋으면 아웃풋이 좋은 것’은 순리다. 외국어 능력을 갖춘 세계화된 인재를 양성하려면 이들이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해야 한다.

외고·자사고에 우선 선발권이 있고 면학분위기가 뛰어나니 그런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해 합격한다. 그렇게 입학한 학생이 모두 명문대에 자동으로 진학하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입시제도에 맞춰 공정한 경쟁을 치러 명문대에 합격하는 것이 비난 받고 학교를 폐지해야 할 정도의 문제인지 의문이다.

외고의 재학생, 졸업생을 보면 그들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고 학생 대부분은 일반고 학생들은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의 많은 학습량을 소화한다. 자신이 전공하는 언어를 1주일에 12시간 넘게 수업을 받아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무리 없이 소통할 실력을 갖춘다. 세계화 시대에 필수적인 언어라는 무기를 고교시절 장착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 전공지식을 쌓아 전문가가 되면 세계인들과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인재가 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끼리 모여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라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맞다.

외고에 진학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있다.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자본주의인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고가 입시학원이라고 폄하하는 논리대로라면 일반고도 입시학원이다. 우수한 학생 위주로 명문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학교 전체가 매달린다. 심지어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인 우수 학생 몰아주기가 일반고에서 더 횡행하고 있다. 일반고도 명문대 입시에 매달리고 있지만 ‘인풋이 열악하니 아웃풋이 뛰어나지 못한 것’뿐이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노력과 마음의 차이다. 사교육 못 받아서, 학교가 나빠서는 핑계에 불과하다. 필자가 강남의 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한 학급에 사교육 받지 않는 학생은 2~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적은 전교 1등부터 전교 350등까지 다 존재한다. 사교육이 성적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서 하향평준화 시키기 전에 일반고의 교사 수준을 끌어 올리고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일반고의 질을 향상시켜 외고·자사고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면 없애지 않아도 자동으로 도태된다. 국가 인재양성에 잘 기여하고 있는 학교를 없애야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논리는 삼척동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수 고교의 문을 취약계층의 인재에겐 무상으로 열어 금수저 아이들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세계와의 경제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정치권과 사회가 앞장서 배척하면 인재는 키워지지 않는다. 노력하는 자, 배운 자, 가진 자들이 성공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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