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수업과 자신이 속한 부서의 행정업무, 두 가지 일은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학교에는 보통 10여개의 부서가 있고 교사들은 그중 한 부서에 소속돼 일부 업무를 맡는다. 학교의 각 부서의 하는 일과 담임교사가 맡은 업무를 알면 학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핵심부서인 교무기획부는 학교의 운영, 학교의 중요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교육연구부는 학교의 연구 및 연수활동,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한 업무를 주관한다. 생활지도부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안전사고 예방 및 인성교육을 담당한다. 체육교육부는 학교의 체육활동, 체육대회, 체육기구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특별활동부는 동아리 활동 및 특기적성, 학교발표회 업무를 담당한다. 과학교육부는 과학행사, 탐구발표대회 및 과학실험실 관리 등을 맡는다. 정보교육부는 학교홈페이지, 교내 네트워크, ICT교육 등 학교의 전산 업무를 지원한다. 각 학년별로 1학년부, 2학년부, 3학년부 등 학년부가 있어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생활지도, 학력 증진 등의 학년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이외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진로상담부, 환경교육부, 방과후교육부, 창의적체험활동부 등을 추가로 운영한다.

각 부서에는 보직교사인 각부 부장교사가 있고 그 밑에 부서별 업무량에 따라 교사들이 1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배치된다. 보직교사는 1급 정교사인 경우만 할 수 있어 경력이 적은 교사보다는 업무능력이 있고 후배교사들을 리드할 수 있는 중견교사들이 맡는다. 보직교사 중 교무부장은 교감이나 교장 승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로 여겨져 지원하는 교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이 별로 없는 다른 부서는 보직교사를 맡으려는 교사가 드물다. 지원자가 없으니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감이 폭탄 돌리듯 사정을 해서 보직교사를 맡기는 게 현실이다. 특히 생활지도부장 같이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는 보직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해 학교 운영이 힘들 정도다.

학교에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바람이 불면서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승진보다는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교사가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직교사를 8년 정도 하면 교감·교장 승진을 위한 보직교사 가산점 최대치인 2.0점을 딸 수 있으니 그 후에는 더 하려는 교사가 없다. 서울교육청이 보직 교사 가산점 상한선을 2.48점으로 올려, 최대 12년 정도 보직교사를 맡도록 규정을 개정하려는 이유다.

보직교사에게는 월 7만원의 보직교사 수당이 지급되는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업무량에 비해 유인책이 될 수 없는 금액이다. 교사 성과급 초기에는 보직교사의 성과급 점수 비율이 높아 그나마 유인책이 됐다. 그 후 젊은 교사들의 반발로 이마저 없어져 월 7만원 더 받자고 보직교사를 자원하는 중견교사가 없다. 수업 외 업무량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평교사의 두 배는 되고 책임까지 지는데 열정과 희생만 강요하며 보직교사를 맡도록 요구해 초래된 사태다.

교권이 추락할 대로 추락해 사안이 생기면 학교와 교사부터 걸고넘어지는데 책임질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학부모는 학교에서 사고 생기면 무조건 학교 탓이라 소송부터 걸고, 사안이 생기면 교사에게 떠넘기기 급급한 관리자나 교육청의 처사를 보며 승진할 욕심이 없는데 굳이 보직교사를 자원할 교사는 없다. 젊은 교사들의 선배 교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한몫한다. 교직경력과 무관하게 똑같은 대접을 바라면서 꼰대 교사로 낙인찍고 선배교사 대우는 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다른 공무원에 비해 교사의 병가 건수가 5배라고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교사들의 낯빛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무기력하고 생활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어떻게든 지도해보려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면 오히려 항변을 하며 자기 자식을 감싼다. 담임교사에게 갑질하며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하는 학부모를 한 명 만나면 그 1년은 지옥에 가깝다. 교사의 손과 발을 체벌금지와 인권조례로 꽁꽁 묶은 채 가정교육은 사라진 현실에서 교사는 무기력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기피 직종이 되고 말았다. 이런 학교 현실에서 교사에게 사명감으로 보직교사를 맡고, 헌신하길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보직교사를 맡지 않으니 오히려 수업의 질이 향상되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늘어났다”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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