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대학을 가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가 방향을 잃고 배가 산으로 갈 지경이다. 입시제도의 결정을 교육부에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로 이관하더니 다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로 내려가고, 또 다시 공론화위원회에서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결정짓기로 했다. 교육부가 국민들의 정서와 엇갈린 교육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불신을 키운 탓에 선장자리마저 빼앗겼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공론화 범위를 보면 급격한 개혁보다 안정적 변화를 선택할 듯하다. 교육은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서서히 변화시켜야 한다. 학생을 실험대상으로 여기는 급진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는 국민적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특별위원회는 정시와 수시의 통합은 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철회했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은 현재 3:7 정도에서 5:5 정도로 정시비율을 늘리고 학종은 보완하겠다고 한다.

미국 유학파들이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국내 입시제도에 성급히 도입한 미국식 학종이 현 대입제도의 가장 큰 문제인 것을 교육부만 모른다.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에 귀를 닫고 학생부의 장점만을 역설하며 학종을 고집하는 이유에 의구심이 든다. 현직 고교 교사 대부분이 학종은 소설이요, 심지어 ‘뻥’이라고 표현한다. 학생을 1명이라도 더 대학에 합격시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 교사들이 곧이곧대로 학생부를 쓸 리 없다. 정직한 교사가 무능한 교사가 되는 게 현실이다.

학종은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교사도 감당하기 힘든 업무 분량으로 인해 학생에게 “학종에 써줬으면 하는 내용을 써와라”고 한다. 컨설팅 받아 자소서를 쓴 학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학생들의 편법과 부조리를 학교도 묵인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소서가 아니라 자소설이에요”라며 멋쩍어 한다. 모든 학생이 다같이 비리와 부조리에 동참하니 ‘나도 어쩔 수 없었어’라고 자위한다.

학종은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는 좋은 제도다. 지금과 같이 거짓과 비리가 판치는 시스템의 취약점이 존재하는 한 하루 빨리 폐기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단 1%의 부정이라도 개입될 소지가 있으면 청산해야 할 적폐가 맞다. 학교 현장의 이런 현실은 도외시 한 채 “학종이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입시제도다. 성적은 떨어지지만 창의성이 뛰어난 미래형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하는 학종 옹호론자들은 학종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세력 밖에 없다.

입시를 치러봤던 학부모들은 학종이 비리와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가장 많은 허점투성이 제도라고 한다. 사교육업체 컨설팅을 통해 학종은 얼마든지 번지르르하게 포장이 가능해 전형적인 금수저 전형이고 능력 없는 부모를 좌절하게 만드는 제도다. 정시도 수시도 학종도 다 부작용이 조금씩은 있다. 그나마 정시가 가장 공정한 게임이고 부정의 소지가 적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다. 정시가 줄 세우기는 맞지만 학종보다 공정하다. 정시위주 대입전형이 정의인 이유다.

필자도 집안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국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국립 기계공고로 진학했다. 2학년말까지 자격증을 따느라 인문계 학생이 야자하는 시간에 야간 실습을 해야 했다. 고3이 된 후 대학진학의 꿈을 꾸고 1년간 독학으로 하루 3시간씩 자며 공부해 국립 사범대학교에 진학했다. 지금과 같은 학종 입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번 길을 잘못 들거나 내신 성적 낙오자는 영원히 낙오될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명확하다. 내신을 절대평가해서 친구 사이의 갈라진 우정을 회복하고 수능은 상대평가하고 학종과 수시는 폐지나 축소, 정시 100%가 어렵다면 최소한 수시, 정시 비율을 3:7의 비율로 바꾸길 원한다. 정시는 수능 80%, 내신 20% 비율로 성적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교사가 교재 연구와 양질의 수업 제공이라는 전문 직업인의 자세에 충실하면 정시를 확대해 수능위주 선발을 하고 학종을 폐지해도 공교육이 무너질 일은 없다. 가장 약한 자가 가장 강한 자와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올바른 입시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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