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지난 6월 13일 제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시도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성향 후보들이 17곳 가운데 14곳에서 당선되는 압승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재출마한 현직 교육감들도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진보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 전교조의 참교육 방침을 찬성했다”는 의견과 “교육감 선거마저 민주당의 후광을 업어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진보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찬성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인 학종 확대, 수시 수능 최저등급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정시 축소 및 수시 확대는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부분이 반대하는 정책이다. 외교가 90점이면 경제는 40점, 교육은 20점 정도도 후하게 줄 정도로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하지만 선거에서 나타난 결과는 이와는 정반대다. 왜 그럴까? 교육정책과 직접 관련되는 학부모보다 관련 없는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교육감의 정치색을 보고 진보교육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명을 표기하지 않지만 정치색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교육감은 오직 교육정책만으로 투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 대부분이 교육감마저 정당으로 투표했다.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교육감 선거마저 ‘깜깜이 선거’가 됐다는 교총의 발표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전체 유권자 4270만명 가운데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에게 준 표는 1084만 표로 유권자 4명 중 1명(25.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부모들이 진보교육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교육감의 공약이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는 유권자들이 지지정당에 따라 교육감을 선택해서 나온 결과인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는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 교육 정책과 아무런 관련 없는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가까운 색깔의 교육감에 몰표를 준다. 학부모와 학생은 비명을 지르지만 이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교육과 관련 없는 더 많은 유권자의 표심에 의해 교육감이 결정되는 구조다.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이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증명됐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4년 임기의 교육과정에 해당되는 학부모에게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그 정책의 피해나 수혜가 예상되는 4년 후 취학하는 아동의 학부모로 범위를 확대하고 학생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마치 노조위원장 선거에 비조합원이나, 인근 회사 노조원이 투표하는 격이다.

진보교육감의 폐해를 절실하게 느낀 학부모들은 “교육은 보수”라고 한다. 교육에서 보수는 정당논리의 보수가 아닌 교육이념의 보수를 의미하고 진보는 고교 평준화, 페미니즘 교육,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등을 의미한다.

진보교육감의 압승으로 교육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학생·학부모 관심이 가장 큰 ‘자사고·외국어고 일반고 전환’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다. 외고나 자사고가 서열화를 부추긴다면서 없애는 것은 다양성, 수월성 교육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규정을 정비하고 감독해야 맞다. 부작용이 있다고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진보교육감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혁신학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핵심이 돼 운영되는 혁신학교를 늘리기보다는 일반고의 질을 향상시켜 행복학교로 만들면 된다.

올해부터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은 재개되지 않을 테니 여전히 영어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 남북 상호 수학여행·체험학습, 서울·평양 청소년 스포츠 정기교류,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교육 공약으로 통일 교육의 비중이 현저히 커질 것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단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교육감 모두 ‘고교 무상교육’이 핵심공약이다.

교육감은 정치가 아닌 교육만 바라봐야 한다. 압승에 고취되거나 전교조 출신 참모들에 둘러싸여 학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결코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다. 평균 득표율 25%로 고작 4명 중 1명의 지지를 받았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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