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나 아이들은 물론이고, 스승이나 이제 막 성년이 되는 학생들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그런 날들이 다 들어있다.

잊고 있다가 오월이 되면 생각해 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늘 관계를 잘 유지하다가 오월에는 한 번 더 점검해보라는 그런 뜻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의 인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잘 유지 관리할 수 있을까? 

언젠가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농사에 ‘아주심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렸을 적 농촌에서 살아서 ‘모종’이라는 것을 들어보긴 했지만 아주심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아주심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식물이나 작물을 이전에 자라던 곳에서 수확할 때까지 재배할 곳에 옮겨 심는 것, 더 이상 옮겨 심지 않아도 되도록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로 정식(定植)이라고도 한다’라고 나와 있다. 생각해보면 모내기도 마찬가지이다. 모판에 가득하게 심어져 있던 것을 논에 옮겨서 심는 것을 모내기라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할까? 처음부터 키울 자리에 심으면 될 터인데 말이다. 바로 식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사람들과 달라서 다투지도 않는데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지 않을 때 영양분을 빼앗기고 결국 죽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가족 간의 거리, 친구는 친구 간의 거리, 이웃은 이웃 간의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어렸을 적에 어머니는 늘 친구하고 ‘가깝게 지내’라고 하기보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셨나보다. 

그래서 막연하게 ‘사이좋게’를 ‘가깝게’로 인식하며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사이좋게’는 적당한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적당한 사이를 잘 유지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어쩌다보면 너무 가까워서 서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또 어쩌다보면 너무 멀어져서 상대를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본인도 외로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너무 멀리 있어서 받는 상처보다 가까이 있어서 받는 상처가 더 깊고 큰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너무 멀면 외로워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보다 인간관계를 힘들어한다.

가정의 달 오월에 다시 한번 주변과의 관계를 정리해보기 바란다.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피해는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를 말이다. 그러면 훨씬 더 깊은 인간관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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