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일컬어 ‘소확행(小確幸)’이라고 부른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 작가는 한 수필집에서 행복에 대해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경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이 정도의 행복이라면 우리라도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우리 세대는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현대의 젊은이들은 더욱 커진 불확실성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고나 삶의 방식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라테효과’라고 해서 식사 후에 무심코 사게 된 라테 한 잔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산 커피 값을 아껴서 모으면 30년쯤 뒤에는 몇 억이 된다는 식의 계산이다. 수학적으로는 정확하게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래서 커피 한 잔도 아끼면서 살면 30년 후에는 반드시 행복해질까? 누구도 담보하지 못한다. 이제 30년, 40년 후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무조건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작더라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을 우리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위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열한 작은 행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단 스스로의 마음이 평온해야 가능하다. 무언가 마음을 차지하는 큰 일이 있다면 그런 소소한 행복 따위는 느낄 수가 없다. 그러니 평정심에 가까운 평온한 마음이 유지돼야 한다. 더구나 큰 욕심이 있다면 이렇게 소소한 행복은 느끼는 것은 물론 관심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평온이 유지되면 소확행을 찾는 것이 쉬울까? 그렇지 않다. 이것도 자기 수련에 가까운 공부가 있어야 한다.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하루에 행복한 이유를 5가지 정도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행복일기나 감사일기를 써보는 것이다. 그것도 저녁에 한 번에 쓰려면 생각이 안 날 수 있다. 하루를 보내면서 느껴지는 행복의 순간들을 그때 그때 표현해서 적어보면 훨씬 더 리얼한 행복일기가 될 수 있다. 하루가 쌓여 1년이 되듯이 이렇게 행복을 찾는 방법도 쌓여갈 것이다.

행복은 세상을 사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행복에 집중에서 행복을 가불해서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희생을 무조건 희생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은 무척 많다. 하지만 돈이 들더라도 적은 돈으로 큰 행복을 얻는다면 선택해야 한다.

‘소확행’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배워야 할 문화이다. 필자에게는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아주 작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확행의 순간이다. 혹시라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독자가 소확행을 알게 되어 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이 글의 주제를 ‘소확행’으로 잡음으로써 갑자기 주변을 돌아보게 된 것으로도 큰 기쁨이 느껴진다. 소.확.행.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한 번 주변을 둘러보고 찾아보자. 평소에 안 보이던 행복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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