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일기 상황 좋으면 행사 진행”… 24일 맑고 25일엔 소나기 예고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의 풍계리실험장 폐기 행사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첫발을 눈앞에 두게 됐다. 

현재 남측 취재인원 8명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 30여명은 23일 오후 5시 10분께 특별전용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총 416km 떨어진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동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들은 24일 낮 만탑산 골짜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실험장 폐기 의식은 이르면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관건은 기상 상황이다. 북측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 일기 상황이 좋을 경우 (핵실험장 폐기를) 할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더닷컴 등 기상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풍계리 지역의 24일 날씨는 강수확률 0%로 하루종일 맑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25일엔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상 조건을 고려하면 24일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최적의 날짜로 보인다. 

현재 북한의 핵실험장에는 1차에서 6차 핵실험에 사용된 1, 2번 갱도와 향후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된 3, 4번 갱도가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장 폐기 의식의 핵심은 3, 4번 갱도 폭파 작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북한 원산에 도착한 외국취재단이 비로 인해 방북 이튿날 핵실험장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RT 방송 기자가 현지발로 전했다. (출처: RT News)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북한 원산에 도착한 외국취재단이 비로 인해 방북 이튿날 핵실험장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RT 방송 기자가 현지발로 전했다. (출처: RT News)

준비작업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듯하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폐쇄를 위한 추가 준비 작업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1일 찍힌 사진에서 서쪽 갱도와 북쪽 갱도의 폭파를 관측할 수 있는 전망대가 완공되고, 진입로 역시 추가로 정비됐다는 것이다. 

핵실험장 폐기 의식은 핵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무너뜨리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지상에 있는 각종 관측 설비와 연구소, 경비시설 등 부대 시설도 철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방사능 방호복을 입은 채 현장에서 갱도 폭파 장면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갱도에서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서 관측 및 취재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핵실험장 폐기 작업 직후 현장 확인을 허용할지, 또 다른 절차가 있는지 등도 불분명하다.

지난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 인근에 새로운 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 (출처: 연합뉴스)
지난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 인근에 새로운 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 (출처: 연합뉴스)

이번 풍계리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함으로써 ‘미래’의 핵을 포기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핵실험장 폐기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북한 측은 취재진에 대해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속 장비 등은 소지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측이 별도로 인터넷 통신 시설을 제공할 경우 생중계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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