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버림받은 연락책 ‘락’ 역 맡아 열연

무표정 속 감정 연기 돋보여 ‘눈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축구를 좋아하는데요. 운동이나 배우처럼 예술적인 부분은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재능이 없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죠.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보면 제가 못하는 거니까 참 부러워요. “

22일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 개봉을 앞두고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준열이 이같이 말했다. 이는 겸손하다 못해 망언이기까지 한 발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등 매 작품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가 영화 ‘독전’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밀매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은 버림받은 마약 조직원 ‘락’으로 전무후무한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완성된 영화를 보며 본인 연기에 만족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류준열은 “자기 영화를 재밌게 즐기면서 보긴 어렵다. 저도 제 작품을 재밌게 보지 못하는 편”이라며 “부끄럽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똑바로 당당하게 쳐다보지 못하고 사선으로 어렵게 봤다”고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러닝타임 내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류준열은 영화 제목인 ‘독전’에 대해 “마약의 독이 될 수 있고, 독한사람의 전쟁이라고 풀 수 있다. 저는 홀로 싸우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독(獨)전으로 해석했다”며 “그랬더니 선배님들이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 인물 자체가 외로웠다”고 말했다.

‘락’ 역을 위해 그는 먼저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갔다. 류준열은 “모든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와 어떤 지점이 닮았을까를 고민한다. ‘독전’을 하면서는 저의 어두운 부분을 찾았다”며 “제가 이렇게 어두운 구석이 있는 줄 몰랐다. 연기 하는 내내 외로웠다. 평소답지 않게 음악을 듣거나, 날씨 때문에 예민해지더라. 물론 현장에서 많이 웃고 놀았지만 그 안에서 씁쓸하고 공허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처음 찍어보니까 지치고 힘들더라고요. 연기할 때 많이 몰입해 배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별생각 없었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음엔 코미디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락은 ‘독전’에서 마약 제조 공장에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엄마를 잃고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연락책이다. 류준열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락의 감정을 연기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자신 있었다면 고민할 여지가 없었겠지만 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며 “사실 저는 초반에 대사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감독님 마음에 안 드셨다. 거기서 감독님과 저의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영화 ‘독전’에서 ‘락’ 역 맡은 배우 류준열. (제공: NEW)

 

또 그는 “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야 안다. 그래서 준비했는데 감독님께서 ‘필요 없다’며 모니터 속 눈빛을 이야기하더라”며 “그 말이 나중에 이해되더라. 저도 이게 느껴졌다.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원하시는 연기가 나왔다. 감동적인 건 좋았던 장면을 같이 찍은 (조)진웅 선배님도 느끼셨는지 고개를 끄덕거리시더라. 그때 ‘오케이’ 소리가 났고 엄청 짜릿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무표정이 주는 힘을 만들려고 했다. 학교에서 연기를 배울 때 가만히 서 있을 때 좋은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배웠다”며 “무표정 안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배우의 감정인 것 같다. 배우가 어떤 생각으로 연기하느냐가 스크린에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락이는 원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가 제일 궁금했다는 기자의 말에 류준열은 “그렇게 깊이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원호를 통해서 락이 자신을 본 것 같다. 락이는 전사가 없는 게 전사다. 원호를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락이에게 복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에겐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이선생’을 찾겠다는 원호가 나타난다. 오랜 시간 이선생을 쫓은 원호는 잡고자 하는 이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간다”며 “이 같은 원호가 궁금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저는 농담으로 ‘원호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하고 다녔다. 첫사랑을 기다렸던 것처럼 원호를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차후 류준열은 영화 ‘뺑반’ ‘돈’으로 다시 팬들을 찾는다. 앞으로 류준열이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지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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