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연기

역할에 따라 ‘팔색조’ 연기력 선보여 ‘기대’

힘든 역할 해왔지만 바로 잘 회복한다고 생각해

처음 밝은 캐릭터 맡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는 실제 청소년 성범죄와 SNS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고등학교 교사 ‘서린(이유영 분)’은 의문의 인물 ‘마스터’로부터 끔찍한 협박 문자를 받으면서 연쇄 범죄에 휘말리게 되고, 전직형사 ‘국철(김희원 분)’과 함께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을 추적한다.

평범해 보이는 서린은 자신을 둘러싼 사건으로 인해 과거의 비밀이 떠올라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다. 주인공 서린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은 과감한 액션부터 섬세한 내면 연기까지 소화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유영을 만났다. 영화 ‘봄’ ‘간신’, 드라마 ‘터널’에서 보여줬던 무겁고 냉소적인 이미지와 달리 차분하지만 밝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작품을 통해 저를 강하고 센 이미지로 많이 보시지만 실제 저는 일 외의 모든 건 끌려다니는 스타일이에요. 선택 장애가 있어서 뭐 먹을지 고르지 못하고, 놀림당하면 놀림당하는 대로 농담인지도 모르고 혼자 심각한 스타일이죠.”

어떤 역할이 편하겠느냐마는 ‘간신(2015)’ ‘그놈이다(2015)’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 등 장편영화 6편에서 이유영이 맡은 배역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뛰어난 연기력을 요구한다. 많은 감정을 쏟아낸 만큼 후폭풍도 있다.

이유영은 “힘든 역할을 주로 해왔지만 저한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몰랐다. 저는 바로바로 잘 빠져나온다고 생각했다”며 “근데 최근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제가 처음으로 단막극에서 밝은 역할을 3주 정도 촬영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명랑하게 있다가 집에 오니까 갑자기 우울해지고 그러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힘든 역할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힘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전 빨리 털어버리고 노력한다”며 “촬영 끝나면 ‘후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앞으론 밝은 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평소 모습은 잘 모르지만 그는 ‘나를 기억해’와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허스토리(가제)’에도 출연한다. 이유영은 이처럼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작품을 고르는 이유에 대해 “확실히 마음이 가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영화로 다뤄서 내가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움직였다”며 “배우로서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이 영화는 외면했던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려 지적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사건의 중심에 선 서린을 연기하기 위해 이유영은 뉴스를 찾아보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었다. 이유영은 “성범죄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일어나고 있더라. 피해자의 심정을 담은 글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트라우마와 상처는 평생 잊히지 않은 문제처럼 느껴졌다”며 “서린이에게 몰입되고 싶었다. 현실감 있으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감정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이유영은 “청소년 범죄가 이렇게 심한지 몰랐다. 실제로는 영화에 담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더라.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문제니까 누구 탓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더라”며 “교육과 가정환경의 문제 등 사회문제 개선이 시급하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용서를 해줘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제 문제점이기도 한데 몸을 안 아껴요. 작품 할 땐 몸을 막 쓰는데 정신이 힘든 것과 비교하면 몸이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에요. 물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고 크고 작은 부상은 있죠. 그래도 아직은 다치고 이런 것에 개의치 않습니다(웃음).”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서 범죄 휘말리는 교사 ‘서린’ 역 맡은 이유영. (제공: 오아시스이엔티)

 

아무리 이유영이라도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여성 위주 영화의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남자 주인공 배우 김희원에게 의지했다. 그는 “김희원 선배는 평소에 엄청 재미있으시다. 제가 제일 많이 의지하고 기댔다”며 “어려워하는 게 있으면 해답을 명쾌하게 주셨다. 그래서 제가 더 믿고 따랐다. 또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몸을 둘 바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나를 기억해’는 무거운 소재의 영화에요. 보면서 답답하고 힘드실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일이 주위에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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