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 높아진 만큼 의식도 한층 성숙해져야죠”

▲ 서경덕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외국 유물에 낙서·무단 촬영 빈번··· “글로벌 에티켓 지켜야”
배려하는 마음 있으면 쉬워··· G20, 세계 경제 흐름 파악의 계기로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한국 홍보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G20 정상회담을 3개월여 앞두고 막바지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출장을 가는 서 교수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종로 근처 콩다방에서 만났다.

서 교수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영국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인들이 오방색 천에 꿈을 적게 한 일종의 퍼포먼스이다. 이렇게 모인 꿈의 천은 가로 30m·세로 50m 대형 걸게 작품으로 제작해 G20이 열리는 11월에 맞춰 광화문 일대에 2주간 전시될 계획이다.

서 교수가 이 같은 프로젝트를 준비한 이유는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자 6·25 60주년을 맞는 해이며 G20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G20을 개최할 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이 그에 맞는 시민의식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2월 7~16일까지 서경덕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생존경쟁동아리가 전국 20~60세 성인 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인지 아는가’란 물음을 던진 결과, 51.4%가 ‘모른다’고 답했다.

서 교수는 이 통계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의식 수준은 한층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를 위해 과거 100년을 돌아보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의 공통된 꿈을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 미래 100년을 계획하는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를 서경덕 교수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 교수는 성숙한 문화 시민이 되는 길이 복잡한 말이지만 ‘글로벌 에티켓’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에티켓이야 말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세계인 예절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란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 교수는 세계 여행을 할 당시 겪은 예화를 들려줬다.

서 교수가 유럽의 한 유스호스텔을 갔을 때 얘기다. 아침 식사를 위해 호텔 식당을 들어선 서 교수는 식탁 한 편에 붙은 태그를 보고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빵 배식대 옆에 유독 한국어로만 “싸가지 마시오”란 명찰이 붙어 있던 것. 서 교수는 ‘얼마나 한국인들이 빵을 얼마나 많이 싸가 길래 이런 글까지 써 붙여 놨을까’란 생각에 적잖이 민망했다고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서 교수가 영국의 박물관을 갔을 때 아시아 섹션에 중국·일본·한국을 소개하는 곳이 있었다. 박물관 큰 벽에 동해 표기가 잘못 새겨 있었는데 누군가 그 부분을 칼로 긁어 매직으로 ‘EAST SEA’라고 적어 놓았단다.

서 교수는 이를 보며 심정은 이해 가지만 정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박물관 관계자를 불러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객관적 자료를 들어 설명하고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정정 요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국제 사회 예의에 맞는 ‘글로벌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해외여행을 할 때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사진 찍지 않기, 외국인이 길 물으면 친절하게 알려주기, 유물에 낙서하지 않기 등은 우리가 쉽게 지켜나갈 수 있는 예절이기에 함께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반면 서 교수가 기억하는 좋은 글로벌 에티켓 사례도 있다. 15년 전쯤 그가 벨기에로 여행을 갔을 때 길을 잃어 벨기에 주민에게 길을 물었다. 주민은 서 교수가 찾는 장소를 일러주는 것도 모자라 그곳까지 데려다 주더란다. 그 후로 서 교수는 벨기에 사람만 보면 무조건 다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내가 먼저 배려를 해줘야 배려를 받을 수 있어요. 내가 싫으면 남도 싫어요. 외국인도 마찬가지거든요. 결국 우리 것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먼저 타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배려’의 정신이 필요해요.”

서 교수는 글로벌 에티켓을 지키는 게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은 ‘배려하는 마음’이면 쉽게 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알리는 데 무조건 내 것만 알리려고 하기보다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하나 될 때 진정한 시민의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례적으로 찾아온 한국의 G20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세계적인 마인드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자고 조언했다.

대학생 연합 문화 창조 ‘생존경쟁’과 함께 대한민국을 세계에 바로 알려요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는 대학생 연합 문화 창조 ‘생존경쟁’. 이 동아리는 서경덕 교수가 초대 회장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에 뜻을 모으고 있다. 100년의 꿈 프로젝트는 세계인들의 꿈을 모아 걸개그림으로 제작돼 G20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광화문에 전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생존경쟁)

▲ 지난 5월 4일 응봉지역아동센터를 찾은 대학생들이 경술국치 100년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 6월 5일 대전 현충원. 아이들이 각각 초록색과 노란색 쪽지에 꿈을 적고 있다.

▲ 부산에서 만난 한 시민이 노란 쪽지 위에 ‘꿈’을 적고 있다. 쪽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방색종이로 대형 걸개그림에 모자이크 돼 들어가게 된다.

 

▲ 7월 10일 경기도 일산 정발산에서 만난 외국인이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적고 있다. 꿈을 담은 쪽지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 6월 26일 경북 양산에서 만난 한 아이가 자신의 꿈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 생존경쟁 동아리에 소속된 춘천교대 학생들. 생존경쟁 가입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접수를 통해 한국 홍보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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