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갑질논란이 거세다. 사회곳곳에 갑질이 만연돼 있는 듯하다. 몇 가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갑질논란은 불공정거래에서 사회지도층·재벌기업의 오너나 그 가족의 언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갑(甲)의 처신이 주목받고 있다. 갑은 재벌이나 고위관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사장님은 물론 팀장이나 대리도 하위직급에서 볼 때 갑인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공무원이 갑이고 점원의 입장에서 소비자가 갑이다. 갑은 양자 또는 복수의 당사자들의 관계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거나 상급자나 서열이 앞선 자가 해당된다. 갑질은 ‘갑이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다. 자신의 힘을 필요이상 또는 그릇되게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질’은 ‘정도가 지나치게 흥겹다’는 의미이므로 갑질을 하면 갑은 흥겹거나 속이 시원하겠지만 을은 분하고 억울함을 느끼게 된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도 조심하고  살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우월적 지위나 권력, 부(富)를 가진 사람들이 그릇된 행동을 하면서도 “문제가 없었는데” “나는 괜찮겠지”라며 가볍게 넘어가려 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삼가면 되는데 고치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되면 재수가 없어 걸렸다며 억울해한다.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보다 자신을 방어하려하고 심하면 보복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단(事斷)이 나는 것이다.  

갑질은 그간 ‘관행’으로써 간과돼온 갑의 특권이었다. 다만 그것이 분명 잘못된 것임에도 폐쇄적인 조직이나 관계에서 행해지거나 피해자의 신분노출이나 보복 등 2차 피해 때문에  은폐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어제는 관행의 이름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위도 오늘날에는 명백히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자칫 갑질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최고경영자, 주주, 종업원도 갑질의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평판을 유지·관리하는 것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홍보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실패하면 기업의 경영성과나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고 결국은 회사이미지 실추와 금전적 손해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갑질예방이 필요하다. 이는 의외로 간단하다. 갑질이 직장상사와 부하, 오너와 직원, 손님과 종업원 등 개인관계에서 나타나므로 이들 관계에서 몇 가지 행동을 유의하면 된다. 갑질은 주로 인격모독이나 억압, 특히 상대의 약점이나 실수를 빌미로 욕이나 비하, 인신공격 등 모멸감과 고통을 주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점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금지사항을 정해 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갑질은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의 행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적업무에 사적감정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지 않고 공사(公私)구분과 자기절제를 해야 한다. 몇 가지 금지행동으로는 “상대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비속어를 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꾸짖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물건을 내던지거나 발로 차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농담을 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외에도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이나 사례를 조사·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갑질예방에 필요한 행동수칙을 마련·공유하는 등 구체적 실천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근원적으로 누구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이 충분치 못하므로 갑질로 인한 조직갈등과 불화의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조직의 개개인을 소중히 여겨 장기근속을 유지하려면 갑질을 사전예방하고 화목하고 안정된 조직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갑의 의무가 강조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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