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창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어 다양한 지원기관이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주체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은 전국적으로 산재돼 있고, R&D 인력과 장비, 기술은 물론 유통, 디자인, 관리기술, 자금과 공간의 제공이나 연계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대학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적 인프라의 제공과 싱크탱크(Think Tank)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두 가지 유형의 기업을 접하게 된다. 산학협력을 하는 기업과 하지 않는 기업이다. 상당수의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산학협력’을 잘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대학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술이전을 받기도 하고 필요한 인력을 추천받기도 한다. 디자인 개발을 함께 하거나 컨설팅도 받는다. 경영계획이나 시장전망에 대한 조언이나 대행도 가능하다. 대학을 통한 아웃소싱, 부족한 자원의 보완 등으로 협력에 따른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창업가에게 산학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많은 창업가들이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자신이 졸업하지 않은 대학에 선뜻 문을 두드리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교수가 뭘 알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가도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산학협력은 생소했다. 대학의 기능이 교육, 연구 그리고 사회 기여임에도 중소기업과의 연계는 미미했다. 대학의 이론과 중소기업의 실무가 접점을 찾기 어려웠고 교수가 중소기업 현장에 나갈 일도 없었다. 1899년부터 미국 대학들이 학생들을 현장실습에 보내면서 협력이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후 산업수준이 고도화되고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되면서 산학교류가 활발해졌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도 하지만 방대한 시설과 더불어 지식, 기술과 아이디어의 보고(寶庫)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러한 대학의 강점은 창업지원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국 수백개의 대학이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저렴한 공간을 제공하고 각종 컨설팅과 자금을 연계해 신생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창업지원단과 같은 전문조직은 물론 창업대학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중소기업을 ‘가족회사’라는 네트워크로 끌어들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스크린 골프로 유명한 ㈜골프존은 2000년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출발했다. 설립 7년 만에 창업보육을 마치고, 그 후 3년 만에 매출 2000억원에 45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학시설과 연구자원을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은 기업은 수백개에 이른다. 

창업가가 대학을 통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가장 먼저 대학의 문을 두드릴 것을 권한다. 산학협력의 문턱을 높게 생각해 기다리거나 망설이지 말고, 일단 사업에 관련된 분야의 교수를 섭외하는 게 필요하다. 요즘은 대학도 대학평가요소에 학생취업이나 중소기업지원, 창업지원이 크게 반영되므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소기업을 도와주려 하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산학협력부총장을 두거나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창업가는 주변에 위치한 대학이나 자신의 아이템과 연관성이 큰 교수나 대학을 살펴보고 파트너십을 만들기가 수월해졌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대학의 창업행사나 사업에 참여해보자. 아니면 아는 사람을 통해 ‘자문교수’를 소개받는 것이다.  나아가 대학뿐만 아니라 연구기관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융·복합시대에 맞는 산학연관(産學硏官)의 융합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을 하려는 열정과 의지는 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창업가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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