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중견기업가들이 창업가들에게 느끼는 아쉬운 점 하나를 지적했다. 대부분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미온적이거나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창업가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업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기업가들 상당수가 자신이 필요한 것에 관심은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구나 기대를 전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그 이유에 대해 토론해 보았는데 첫째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처럼 비쳐질까봐 겸손모드(mode)를 취하거나, 둘째는 나중에 개별적으로 접촉하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상대방이나 주변이 별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공식적인 행사이든 소수모임이든 심지어 단둘이 만나든 상대에게 효과적인 홍보나 소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가정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창업가의 성공확률은 그렇지 못한 기업가보다 16%나 높다고 한다. 이처럼 사업계획서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공에 매우 중요한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창업가가 자신의 회사와 제품·서비스를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알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젊은 초기창업가인 그는 불과 1~2분 만에 단 한쪽의 홍보자료만으로 상대방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더욱이 A4 크기의 한쪽에 비즈니스의 핵심과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비전도 담겨 있었다. 간단명료했다.

대중적인 창업으로 사업계획서의 작성이 보편화됐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도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배우고 있다. 학교마다 창업동아리가 결성돼 있고 다양한 유형의 창업경연대회가 열리며 창업교육과정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기회도 무척 많아졌다. 

사업계획서가 중요한 이유는 사업계획서가 논문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논문이 지식과 연구결과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서 신뢰감도 주지만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데 따른 시간과 전달력의 한계를 뛰어 넘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의 작성을 통해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제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회사나 기업가의 핵심자원과 역량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필요한 자원의 획득과 배분과정을 통해 기대성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업계획서 자체의 중요성은 대외적 용도에 못지않게 내부적·일상적으로도 유용하다. 마치 개인이 생활계획서를 만들고 연·월·주간이나 일일시간계획으로써 시간단위별 목표와 실행과정을 관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는 수시로 수정·보완하고, 이전의 것은 기록물로 보관하기도 한다. 일기장과 비슷하다. 사업계획서는 용도에 따라 그 이름과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분량도 많게는 수십쪽에서 적게는 단 1쪽으로 정리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회사의 홍보브로슈어가 되기도 하고 입찰신청서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사업계획서는 스스로 작성하면 좋겠지만 시간이나 인력의 제약으로 인해 외부의 전문가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창업가나 경영자가 직접 내용의 작성에 관여해야 하며 특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요약·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단 5분 이내 자신의 회사나 사업을 전달해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나 거래를 획득해야 하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유치계획서를 만들고 발표하듯 창업가나 경영자는 자금을 유치하거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신청서류나 발표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평소에 짜임새 있게 준비된 사업계획서가 기초가 되는 것이다.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 창업가의 열정과 비전 그리고 원대한 목표를 갖추고 있다면 이를 담아낸 사업계획서가 있어야 한다. 훌륭한 사업계획서는 성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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