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대관소찰(大觀小察)은 크게 보고 작은 부분도 살핀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멀리 보고 가까이도 보라” “숲도 보고 나무도 보라”는 뜻이다. 요즘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주변과 자신을 살펴야 할 때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대관소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국가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일들은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중대한 일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두 달도 안 되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만남은 그 결과가 어떻든 한반도는 물론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와 국제정세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지형의 변화는 물론 관광, 교통, 산업, 금융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의 화해분위기는 조만간 이산가족상봉과 함께 경제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분야의 첫 단추는 중소기업의 최대관심사인 개성공단 재개논의가 될 것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가 발표되고 하루아침에 생산시설과 자재 그리고 완성 물품까지 내버려둔 채 철수한 입주기업은 물론 구인란과 임금부담의 어려움을 겪는 여타의 중소기업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하루하루 상황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개성공단 재개여부와 제2, 제3의 공단조성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경제단체와 금융권에서는 대책팀을 구성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 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컨설팅사들도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신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남북경협관련 주가는 2배 이상 뛰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서자 남북긴장완화를 예상한 투자자는 선투자에 나섰고, 일부 기업은 북한진출준비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기업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먼 미래예측이나 광범위한 분야를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엽적 또는 단기적인 일상적 활동에 못지않게 광범위하고 중장기적인 경영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은 기업가나 최고경영자의 국가·사회적 환경과 법과 제도, 여론이나 소비자요구를 살피는 안목이다. 학자들은 최고의사결정이나 비전제시의 책임자는 ‘터널비전(tunnel vision)’과 ‘독수리의 눈(bird's eyes)’을 조화롭게 갖출 것을 권한다. 터널 속에서 빠르게 진행하며 눈앞의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독수리의 눈도 필요하다. 시력이 5.0에 달하고 시야가 10㎞에 이르며 달빛 아래서도 아득히 먼 곳의 토끼를 포착해내는 독수리처럼 경영자는 장기적이고 폭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독수리의 눈을 가지면 새로운 시장이나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정세나 제도·법규·시장경쟁구도 등 다양한 환경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국제적 이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부나 시장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입산금지정책으로 인해 휴대용 버너업체가 망했고, 군인의 역외 외출·외박 허용으로 관내 숙박업이 어려워졌다. 골프부킹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니 그 틈새에 스크린골프가 들어섰고 미세먼지의 악화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대박을 터뜨렸다. 새로운 시장은 주변 상황의 변화를 민감하게 잘 살펴야 발견된다. 단기적인 목표와 성과지향인 터널비전만을 가지고 다양성에 대응하기 어렵다. 

사람은,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가던 길을 계속가려는 경향이 있고 가는 길은 더 빨리 가려한다.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다보면 주변의 들꽃과 나지막한 산자락의 풍경을 놓치기 쉽다. 하루하루 일상적인 경영도 벅차지만 지속가능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판’을 봐야 한다. 대관소찰이 필요하고 독수리의 눈을 가져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