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이 안희 현에 부임해 한 달 만에 백성들을 감화시켰고, 관우, 장비와 더불어 식사와 잠자리도 언제나 함께 하면서 결의형제의 우애는 한층 더 깊어졌다.

현덕이 현 일을 시작한 지 넉 달이 되자 조정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뇌물을 써서 관리가 된 자는 조사해 현직을 박탈한다는 십상시들의 수작이 들어 있는 내용이었다. 현덕은 그런 조칙을 받아들고 회의에 빠져 있을 때였다. 상급기관에서 독우의 일행이 고을로 들어온다는 통보가 왔다. 독우는 한(漢)나라 시대의 자사의 보좌관으로 속현의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못 다스리는 것을 감찰하는 관원이었다.

현덕은 관우, 장비 등 수행원을 거느리고 성 밖까지 나가서 독우 일행을 맞이했다.

현덕이 허리를 굽혀 공손히 예를 하니 독우는 거만하게 마상에 앉아서 잠깐 채찍을 들어 답례를 할 뿐이었다.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있던 관우와 장비는 역겨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저 자의 행동이 너무 무례하군.”

장비가 불평을 하자. 관우 역시 괘씸한 놈이라고 뱉어 버렸다.

역관에 당도하자 독우는 당대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며 높은 자리에 앉았고 현덕은 뜰 아래 시립해 있었다. 눈을 희번덕이던 독우가 현덕에게 물었다.

“유 현위는 어디 출신인가?”

“이 몸은 중산정왕의 후예로서 황건적이 반란을 일으키니 탁군에서부터 의병을 일으켜서 대소 삼십여 전쟁에 출전해 작은 공이 있다 해서 현위 벼슬을 제수 받았습니다.”

현덕이 공손히 고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독우는 핏대를 올려 크게 꾸짖었다.

“네가 중산정왕의 후예라고? 이놈, 황친이라 사칭하고 거짓말로 공훈을 세웠다고 꾸며 벼슬자리를 도둑질 한 것이 아닌가? 너는 지금 조정에서 내린 조칙을 받지 못했느냐? 너 같은 탐관오리는 모조리 벼슬을 몰수하라 하셨다.”

현덕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는 관아로 돌아와 아전을 불러 물어 보았다.

“독우가 공연히 트집을 잡으니 해괴한 일이다. 무슨 까닭인가?”

현덕의 물음에 아전은 실실대며 웃었다.

“그야 독우 나리가 기세를 부리는 것은 뒷구멍으로 뇌물을 바라고 그러는 것이니 금화나 넌지시 주십시오.”

현덕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내가 이곳에 도임한 지 넉 달이 되는데 백성들에게 머리털만한 일도 해를 끼친 일이 없다. 추호도 범한 일이 없는데 나한테 무슨 재물이 있어서 저자에게 주겠느냐. 딱한 일이로구나.”

현덕이 가만히 한숨을 내쉬자 아전들도 덩달아 걱정하고 있었다.

이튿날 독우가 군관을 보내 현의 아전을 잡아갔다. 그는 아전을 형틀에 매어 놓고 곤장을 내려쳤다.

“이놈, 듣거라. 현위 유비는 도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백성들의 피와 땀을 긁어 들여서 거만의 부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너도 유비를 도와서 못된 짓을 함께 했다고 하니 목을 베어 마땅하다. 진상대로 이실직고 하여라!”

독우의 호령은 추상같았다. 아전은 어이가 없었다. 곤장을 맞으면서도 무섭지는 않았다.

“우리 현위는 절대로 백성의 재물을 긁어 들인 일이 없습니다. 어디서 그런 말씀을 들었는지 증거를 대십시오. 백성들은 현위 어른을 부모같이 생각하고 우리 현위께서는 백성들을 자식처럼 사랑하십니다. 더구나 그러한 어른 앞에서 소인 같은 것이 어찌 감히 못된 짓을 했으리까. 모든 백성들에게 물으시길 바라오.”

아전의 목소리가 당당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