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독우가 삼문 앞에서 장비한테 사매질 당한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고을에 퍼졌다.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몰려든 백성들은 이구동성 박자에 맞추어 장비를 부추겼다. 계속해서 더 때리라고 쌍나발을 불어댔다. 백성들은 탐관오리인 독우가 범 같은 장수 장비에게 매를 맞는 것이 얼음냉수를 한 대접씩 마신 것처럼 오장 육부가 상쾌하고 시원했다.

그즈음 현덕은 역관으로 들어가려다가 문지기 병사들에게 저지를 당하고 부근 찻집에 쉬면서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역관 앞이 소란스러워지며 백성들의 목소리가 씨름장처럼 떠들썩했다. 현덕이 동행한 관리에게 원인을 물었다.

“장비 장군께서 역관의 어느 사람을 말뚝에 묶어 놓고 죽어라 하고 사매질을 하고 있답니다.”

현덕은 깜짝 놀라 황망히 달려가 보니 묶여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독우였다. 현덕은 장비 앞을 가로막고 무슨 일이냐고 황급히 물었다.

“내 오늘 독우 이놈을 때려죽이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조정의 벼슬아치가 아닌가.”

“백성에게 해로움만 끼치는 이따위 도둑놈은 한 번 때려 죽여서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독우는 현덕이 나타나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급히 애걸을 했다.

“현덕공, 그저 목숨만 살려 주시오. 난 억울하오.”

“막내아우. 이까짓 사람 같지 않은 것을 죽여서 무엇 하나. 내버려 두시게.”

현덕은 장비의 손에 든 버드나무 가지를 빼앗으며 손을 잡아끌었다.

그때 관우도 말을 타고 내달려 와서 현덕 앞에 내렸다.

“형님께서는 허다한 큰 공을 세우시고도 겨우 이 알량한 미관말직인 현위 한 자리를 겨우 얻어 하시다가 이제 또 독우 놈한테 차마 못 당할 모욕을 당하십니다. 원래 가시덤불 속이란 난새나 봉황이 살 곳이 아닌가 합니다. 독우를 죽여 버리고 그까짓 벼슬을 팽개치고 고향에 돌아갑시다. 그런 다음 따로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만 같지 못한가 합니다.”

“자네 말이 옳으이. 내 뜻도 그러하네. 그러나 우리가 벼슬을 버리고 갈 바에야 그까짓 버러지 같은 놈을 죽여서 무엇 하나.”

현덕은 말을 마치자 허리에 찬 현위의 표식인 인뒤웅을 끌러서 독우의 목에 걸어 놓고 천천히 독우를 꾸짖었다.

“이놈, 독우야 너는 벼슬을 빙자하고 백성의 피를 빨아 먹는 쥐새끼 같은 도둑놈이다. 당장 너를 죽여서 뒷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인생이 불쌍해서 잠깐 목숨을 살려 두는 것이니 앞으로는 톡톡히 버릇을 고쳐야 한다. 나는 인뒤웅을 네 목에 달아 놓고 돌아가니 태수한테 잘 전해라.”

백성들이 유비 앞으로 모여들었다.

“상공께서는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늙은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현덕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현덕은 백성들을 정중히 위로한 뒤 두 아우와 함께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났다.

독우는 결박을 끄르고 죽을 목숨을 겨우 건졌으나 급히 정주로 돌아가자 태수에게 현덕을 역적이라고 보고했다. 태수는 공문을 각처에 띄워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에게 체포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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