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과 손견은 남문과 북문을 공격하고 주전은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서문을 깨치고 성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이미 조홍과 손중을 잃은 황건적들은 지리멸렬했다. 주전의 군사는 수만명의 적을 베고 항복한 자도 수만명이나 됐다. 주전은 전투에서의 승리로 거기장군에 봉해지고 하남윤을 제수 받았다. 주전은 현덕과 손견의 공을 치하해 조정에 벼슬 내리기를 간청했다.

손견은 조정에 발이 넓어 별군사마가 됐으나 현덕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현덕 일행은 장안에서 여러 날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자 즐겁지 아니하고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장안 거리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길에서 우연히 낭중 벼슬에 있는 장균을 만났다. 장균은 현덕과 어느 정도 면식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수레에서 내리며 말했다. “자네, 유현덕이 아닌가? 어째서 장안에 있는가” 하면서 현덕의 손을 반갑게 마주 잡았다.

현덕은 노식과 주전을 따라서 황건 적도를 평정시킨 일을 일장 설파한 후 주전과 함께 장안으로 들어온 일을 말했다.

“자네한테는 아직 아무런 벼슬도 내리지 않았단 말인가?”

“벼슬은 무슨 벼슬, 아무 소식도 없었네.”

“무슨 그런 경우가 있는가. 기가 막히네. 내가 황제께 아뢰겠네. 논공행상이 이 꼴이 돼서야 원 참. 손견은 그래도 별군사마가 됐다면서?”

“허허. 그 사람이야 수단이 많으니 가능한 일 아닌가.”

현덕과 작별한 장균은 수레를 타고 대궐로 들어가 황제에게 아뢰었다.

“황건적들이 반란을 일으킨 원인은 조정의 십상시가 매관 매작을 일삼아서 천하가 어지러워진 탓입니다. 먼저 십상시들의 목을 치시고 이번 전투에서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상을 내리십시오. 그렇게 해야만 공명하고 평할 것입니다.”

십상시들은 장균이 황제에게 아뢰는 말을 듣자 사색이 됐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떤 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측근 내시가 황제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장균이란 자는 폐하를 속이는 자올시다. 상대하지 않고 속이 쫓아내십시오.”

그 말을 들은 영제는 어이없게도 명을 내려 장균을 대궐 밖으로 쫒아내 버렸다.

장균이 쫓겨나자 내시들은 이마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이번 일은 공이 있어도 벼슬을 받지 못한 자들의 입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와 장균이 아뢴 것이니 적당한 벼슬이라도 내려 입막음을 하세.”

그렇게 하여 현덕에게 정주 중산부 안희현위(安喜顯尉)라는 미관말직 하나를 얻게 됐다.

현덕은 함께 싸우던 5백 장병들에게 일일이 노수(路需)를 주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 뒤 친하게 따르는 20여명과 관우, 장비와 함께 안희 현에 도임했다.

현덕이 고을 일을 살피기 시작한 한 달 만에 백성들을 사랑해 추호도 범하지 않으니 백성들은 감동해 순종하여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현덕은 도임 초기부터 관우, 장비와 함께 밥상도 같이 하고 잠자리도 함께 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라 할지라도 관우, 장비는 온종일 현덕 옆에 시립해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고 게으른 빛이 없으니 참으로 친형제보다도 우애가 깊었다.

현의 일을 시작한 지 넉 달이 됐을 무렵이었다. 조정에서 내려온 황제의 조칙이 반포됐다.

- 군공(軍功)을 세워서 장리(長吏)가 된 사람 중에 조정을 속여서 은근히 뇌물을 써서 원 노릇을 한 자가 많다고 하니 이러한 자는 조사한 후에 벼슬을 박탈하리라. -

이런 내용의 공문이 내린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과는 어긋나는 일이었다. 십상시들은 장균의 탄핵으로 인해 우선 입막음으로 현덕 같은 사람에게 미관말직을 주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뇌물을 쓰지 않으니 수단을 동원해 강직하고 청렴한 자들의 벼슬을 빼앗자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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