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소총 들고 결혼예배하는 미국 교회. (출처: 연합뉴스)
자동소총 들고 결혼예배하는 미국 교회. (출처: 연합뉴스)

결혼식 참석자에 “총기 가져와라” 지시
교회 측, 안전 확인 ‘종교적 장비’ 해명
인근 학교 휴교 등 지역민 불안·우려 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반자동 소총을 소지한 채 합동결혼식을 거행한 종교단체로 인해 미국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통일교 문선명 전 총재의 막내 아들 문형진(38) 목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에 세운 ‘세계평화·통일 생추어리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1일 AP와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평화·통일 생추어리교회에서 열린 합동결혼 축복예배 때 커플 수십 쌍이 반자동 소총 AR-15를 지참한 채 참석했다. 이 교회는 뉴욕시에서 서쪽으로 2시간여 거리에 있다.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합동결혼식은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체들은 생추어리교회 측이 예식 참석자들에게 총기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생추어리교회는 “참아버지(True Father, 문선명)의 후계자이자 두 번째 왕(2nd King)인 문형진 목사가 주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AR-15 등의 소총을 ‘쇠막대(rod of iron)’라고 표현했다. 교회 측은 “출입구에서 참석자들의 AR-15 소총에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고 미장전 상태인지를 확인했다”며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지역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등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회에서 1마일(1.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 초등학교는 안전을 우려해 이날 휴교했다. 언론 수십 곳이 취재를 위해 현장에 도착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역민들의 반대에도 교회 측은 합동결혼식을 강행했다. 교회 안에서는 신도들이 AR-15 소총을 움켜쥐고 결혼 서약을 하고 와인까지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의 팀 엘더 세계선교단 단장은 언론에 “이번 행사를 ‘무생물’이 아닌 커플들을 축복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AR-15 소총은 ‘종교적 장비’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선명 전 총재의 아들 문형진 목사는 2012년 문 총재 사망 후 3년 뒤인 2015년 통일교로부터 교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문 목사는 자신을 통일교 2대 총재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교회를 세워 활동하고 있다. 생추어리교회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예배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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