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교황청 기관지, 수녀들 인권·처우 실태 지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가톨릭 수녀들이 교회 안에서 노예와 비슷한 상태에서 허드렛일을 감당하고 있다며 여성의 열악한 처우를 비판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교황청 기관지인 로스르바토레 로마노 산하 월간 여성지인 ‘여성교회세계’ 3월호는 수많은 가톨릭 수녀들이 추기경, 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과 지역 교구를 위해 요리와 청소, 다림질과 같은 일들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녀들의 인권 실태와 열악한 처우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매체는 마리아라는 가명의 한 수녀의 말을 인용해 “일부 수녀들은 고위 성직자들에게 아침을 준비해주려 새벽에 일어난다”며 “저녁을 차려준 후에야 잠을 잘 수 있다. 청소와 세탁물 다림질까지 도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하는 시간과 봉급이 정해져 있는 일반 직원과 달리 수녀들은 임의로 정해지는, 통상 매우 적은 돈을 받고 이런 종류의 봉사를 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또 “이 모든 것들이 그들 안에서 매우 강한 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수녀는 “신학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학식이 뛰어나고 포부가 큰 수녀들조차 어느 날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가사일에 배치돼 일한다”며 “수녀들의 자질과 능력은 가볍게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수녀는 “이 모든 일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덜 중요하고, 특히 교회 내에서 신부는 절대적이다”며 “하지만 수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고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5월 교황청에서 남녀 수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의 지위는 향상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수녀들의 지위를 향상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2016년 8월에는 가톨릭교회 내 여성 부제 허용 여부를 검토할 위원회를 창설해 관심을 끌었다. 천주교에서 부제는 사제를 돕는 성직자로,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사제처럼 성체 성사나 고백 성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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