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독자들도 이집트 피라미드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에 대해 많이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인 신바빌론시대에 고대이라크 북부 사막지역에 세워진 산 모양의 정원인데, 높이가 매우 높아 멀리서 보면 공중에 떠 있는 정원처럼 보여 ‘공중정원’이라 불렸다. 당시의 왕이었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산이 많은 메디아에서 자라, 사막지역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미티스 왕비를 위로코자 산 모양을 본뜬 정원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현대의 토목·개관기술로도 구현이 쉽지 않은 매우 놀라운 구조물로 회자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로맨티시즘이 녹아 있는 불가사의한 공중정원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현대의 공중정원은 도심의 기후 안정화와 식량공급 등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고층빌딩 옥상에 흙을 깔고 꽃, 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조성하는 옥상정원은 도심생활 피로도를 낮추는 시각적 역할뿐만 아니라 도심 열섬화 현상을 완화시키고 냉난방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습도조절, 신선한 산소 공급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로 인한 에너지 절감률이 옥상정원이 없는 동 면적 주택 대비 약 5~10%라 하니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사조, 오조의 대단한 효율성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식물공장 개념에서 파생돼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는 아이디어로 발전된, 고층건물에서 토양 없이 식량을 생산하는 개념의 옥상 관리방안이 제시됐다. 

에너지 효율화 측면뿐만 아니라 식량을 생산해 보급하는 다목적 시도라 볼 수 있는데, 공중에서의 농사가 제시되는 요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식량 수급에 기인한다. 즉 지표면에서는 폭우, 혹서, 혹한, 집중호우 등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에 매우 민감해 식량수급을 예측하기 어렵다. 비용 측면에서도 미국의 옥수수를 먹기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지역에서부터 국내까지 수차례의 차량과 선박이동을 통한 공급으로 실상 옥수수 가격보다 운임이 훨씬 더 큰 불합리한 구조이며, 따라서 식량자급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수직농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토가 좁은, 더구나 산악지역이 전체 면적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집중률이 상당하고 그에 따른 고층건물군이 잘 형성돼 있어 옥상을 활용한 식량생산 방안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고층건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될 수는 없으며, 따라서 IoT, 스마트에너지 등 IT기술이 작물생산 최적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적극 활용돼 이들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수직농장 조성에 필요한 주요 기술들을 보면, 식물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광합성 작용을 위한 인공광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TV 디스플레이 용도로 많이 쓰이는 신축성 있는 얇은 막 형태의 OLED를 활용해 광합성에 필요한 좁은 스펙트럼 형태의 빛을 발광하는 인공조명 기술과 인공광원,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 온도 조절용 센서, 설비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조달시스템 등 여러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에너지 조달 시스템 방식으로는 옥상에 풍력발전용 터빈 설치, 태양전지판 설치, 지하에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시스템 설치 등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해충이나 유해요소 차단을 위한 폐쇄통제 시스템도 또한 필요한 설비로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수직농장 설치가 건물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동의도 얻어내야 하는 어려움 또한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여러 가지 기술적 혹은 경제성 측면에서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수직농장이 주는 다양한 이점, 즉 기후변화에 더 이상 민감할 필요가 없으며, 24시간 내내 작물생산이 가능하고, 폐쇄통제로 인한 유해요소 제거로 살충제 없는 유기농 재배가 가능해 그 관심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건물에서 재배하는 작물로 우리 밥상을 채우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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