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현송월 단장 화제, 색다른 반전 미모 핫이슈 등극’ ‘표정으로 백마디 말, 현송월 신드롬?’ 등 최근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 대한 한국 언론의 수준 이하의 기사 제목들이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에 대한 정부의 대접은 국빈급과 같았다. 여자경호원 2명이 현송월을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며 보호했고, 점검단 전용 KTX를 임시 배차해 일반 승객과 접촉을 막았고, 취재 제한도 있었다.

삼엄한 경호 속에서 ‘영부인’ 대우를 받은 현송월은 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그를 찍기 위해 몰려들기도 했다. 수준 이하의 언론들은 연일 앞 다퉈 현송월의 패션, 헤어스타일, 가방, 부츠에 주목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반 시민들은 전혀 현송월의 행적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미인계를 활용하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한국의 언론들이 휘말렸는지도 모른다. 새해 들어 갑자기 남한에 ‘잘해보자’고 손짓을 던지는 김정은의 제스처는 의아하면서도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라는 걱정도 앞선다. 스포츠인들이 참여하는 동계올림픽 자체보다 경기에 초대된 응원단과 관현악단 단장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진 않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는데, 그러한 공연들이 북한의 체제 선전용으로 둔갑하거나 이들의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시민들이 크게 동화되지 않아야 한다. 현송월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가 두텁다보니, 한국 정부도 김정은을 의식했을 것이다.

현송월의 초고속 출세가 운이 좋아서인지, 김정은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인지, 대중의 정서에 미치는 문화의 파괴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독재자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을 혁명적 혹은 인민을 세뇌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중국 전통 경극을 혁명영웅 이미지를 강조하는 현대극으로 개조할 것을 지시했다. 음악을 순수예술이 아니라 지배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히틀러는 독일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세뇌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바그너의 음악을 이용했다. 나치 집회 시작 땐 바그너의 ‘마이스터징거’ 서곡이 울려 퍼졌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도 음악을 이용했다. 김일성은 혁명 노래는 총칼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도 적의 심장을 뚫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일은 음악정치를 선군(先軍)정치를 떠받치는 주요 수단으로 강조했다.

김정은은 2012년 모란봉 악단을 만들었다. 북한은 모란봉 악단을 ‘제일근위병’이라고 우대하고 공연을 마친 단원들은 공산국가의 선전대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번 사건은 촉박한 시간 속에 비현실적이라 욕을 먹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층들은 평창올림픽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남북단일팀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대한다. 단지 보수층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이번 현송월에 대한 대우는 많이 지나쳤다는 평가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세계 스포츠인들의 잔치며 우리는 개최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현송월의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스포츠행사가 코앞에 있는 만큼, 긴장하고 서로 단결해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할 때다. 프로파간다에 능한 북한의 꼼수에 현혹될 필요도 없으며, 한국의 언론도 얄팍한 이념의 프로파간다에 흔들리지 않고 자유의 담론과 정의의 철학을 담은 신념 있는 취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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