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비트코인이 투기를 넘어 적색 경보등이다. 대학생, 아줌마, 회사원, 은퇴한 노인들까지 너도나도 서로 밀치며 투기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돈을 투자하고 있는 한 20대 회사원은 이렇게 쉽게 돈을 번다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심한 회의감을 느낀다며 머릿속에는 업무 중에도 가상화폐거래소의 가상화폐 그래프만 생각난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주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쉽게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닌다. 그렇게 쉽게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이성이 마비되고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달콤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쏟아낸다. 심지어 인천에서 치킨가게를 하고 있는 지인은 어머니 500만원, 집사람 300만원, 본인 4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200만원 안팎에서 맴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은 25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가 원화로 거래되고 있어 세계 증시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인 점을 생각하면 분명 정도가 지나친 과열 현상임을 경고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2030세대들 중 일부가 ‘몰빵’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마련해 비트코인에 투기하고 있다. 그들의 넋두리도 이해는 간다. 평생 월급쟁이로 돈을 모아서는 서울에 집 한 채 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되지 않아 생존을 위해 비트코인 열풍에 가담한다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앞은 보이지 않아 살기 위해 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들만의 긍정적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가상화폐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비이성적 투기라는 것도 이들은 알고 있지만, 달콤한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미 늦은 규제를 선언했지만,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불법은 없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거래소의 장세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확인해봐야 한다. 시장은행의 가상화폐와 투자와 관련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상계좌 서비스에 대한 영업을 중단시키는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정부발표는 환영이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현재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스탠다드와 법적 장치 마련, 불법 땐 계좌폐쇄 등도 조치해야 한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투기 광풍 속에 엄청난 이득을 차리고 있다.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하루 평균 35억원, 빗썸은 26억원씩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평균 수수료 수익을 단순 연환산 시에는 각 1조 2900억원, 9461억원에 달하는 실속을 올리며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비트코인을 꼽았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최근 한국 증시의 부진 원인으로 비트코인을 꼽고 있다. 비트코인이 투기성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번성하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은행의 거래를 제안하고 컨트롤하는 정부가 규제의 칼을 더 높이 꺼내들고 강화하는 만큼 투기 수요도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기축통화국이 암호화폐를 만들면 비트코인은 설 땅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일들과 관련해 그동안의 해킹사고, 전산사고로 인한 거래중단이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만약, 전산사고와 해킹사고가 가상화폐거래소의 자작극이라면 투자자들을 기만한 그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신속한 입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해야 할 것이며, 금융감독원은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 더 이상 투기 광풍 국가로 전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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