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 평론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하는 미국의 시선은 다소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강경 제재를 선언한 미국은 북한의 돌출행동과 마치 평화를 외치는 북한의 ‘정치쇼’에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여정과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핵무장을 절대 고수하고 강대국들로부터 핵을 포기하라는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왜 갑자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대표단까지 파견했을까. 러시아와 중국까지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상당한 고립감과 더불어 위축이 돼있을 것이다. 이러한 극한 현실에서 외길을 선택하기보다, 올림픽이라는 화합의 무대에 참여해 손을 내밀고 ‘우리도 민주평화 국가’라는 정치쇼를 통해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대화 재개를 요청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던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예술단과 응원단까지 보내면서 화해를 요청하는 모양새는 국내 정치의 최대 화두가 됐으며, 미국, 일본까지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목하고 있다.

필자의 50대 미국인 친구는 현지 미국 소식을 전하며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미국인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꼼수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대북제재를 풀기 위한 수단인건지, 한반도 평화를 부르짖으며 대화 모멘텀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전략인지는 올림픽이 끝난 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과 교역량이 93%에 달하는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마저 제재에 들어가면서 김정은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평화공세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치상태가 계속돼온 보수정권 9년간 북은 4차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성능과 사거리를 늘려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해상봉쇄, 무역중단, 송유중단 등 압박과 제재가 확대되자, 핵 무력, 로켓 강국 등 대내외 선전을 자중하고 한국에게 손을 내밀어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가공된 이미지메이킹 실습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돌변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어떤 반응을 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핵과 미사일 포기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와 이데올로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과의 외교적 입지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끼치고 연계되는지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펜스 미국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주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한 지 5분 만에 떠난 것을 두고 ‘미북 대화쇼를 연출하려던 문재인 정부가 빚은 외교참사’라고 야당은 비판했다.

이유야 어떻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현재로서는 많이 불편해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기념관이 있는 경기도 평택2함대에서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방한 기간 내내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 역시 미국과는 당장 용이하게 대화의 뜻을 하겠다고 어필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급 행동변화에 대해 중간에서 골치가 아플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한반도의 위기를 풀고 기회로 전환할 것인지는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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