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필자의 친한 동생인 33살 회사원은 최근 가상화폐에 6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주식은 해본 적이 없지만, 가상화폐는 ‘돈 넣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신념 때문에 큰 마음먹고 분산 투자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주변인들이 “너도 한번 해봐라”라는 추천 때문에 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대도 안간 23세 청년이 가상화폐에 8만원을 넣어 280억원으로 올랐다는 SBS 방송프로그램은 많은 국민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가상화폐를 뉴스로만 들었지, 실제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주목하며 투자하는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지 정보를 캐묻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생, 직장인들만 이 혼란 속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심지어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까지도 연일 가상화폐의 등·폭락을 이야기하며 화두로 삼고 있다. 군대휴가를 나온 제자에게 물어봤다. 입대한 지 11개월 된 제자는 같이 근무하는 내무반에서도 선임이든 후임병이든 휴가를 나오면 실제 가상화폐 투자에 임하는 장병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휴가를 나오면 가상화폐 코인을 매수하고 군대 내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고 한다.

대학입시와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고교생들 역시 소액투자로 큰돈을 벌수 있다는 ‘한탕주의’ 지론을 펼치며, 비트코인을 포함해 리플, 퀀텀, 라이트코인, 이오스 등 다양한 가상화폐 시세 분석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실시간 방송되는 가상화폐 카페 등을 들락거리며 몰입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한탕주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정상적인 업무시스템을 조롱하고 건전한 경제관념을 파괴할 뿐이다. 더불어 2030세대들의 현실적 불만을 짧은 시간 내 ‘잭팟’으로 해소하려는 불완전한 창구 역할로 연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몰입하고 있는 2030세대들의 현재 한탕주의는 청소년, 직장인, 심지어는 군인들에게도 사행성 심리를 심어 일찌감치 도박에 물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4일 투기 과열을 막고 가상화폐 거래를 최대한 위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은 뒤늦게 가상화폐 관련 후속·보완 조치를 마련했다. 가상계좌를 활용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던 사람들이 실명확인을 거부할 경우 기존계좌로 입금이 제한되는 등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300만명 개미들은 연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선언하고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엄포를 놓았지만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이제 그들에게 가상화폐 투자는 생명줄이 돼버렸으며,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신종 투기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가상화폐 트렌드를 잘 모르고 무지했던 정부와 공무원들의 늑장 대응으로 서민, 노동자, 학생, 청소년들의 주머니에서 천문학적인 돈들이 쏟아져 나와 ‘묻지마 투자’를 벌이고 있으며, 이미 그 발을 빼기란 쉽지 않은 모양새다. 가상화폐 김치프리미엄이 언제 빠질지 모른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만큼 가상화폐에 빠진 나라는 없다고 경고한다. 현재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라운드 제로라고 묘사했다. 지금도 국가살림의 주역이 돼야 할 2030세대들은 365일 24시간 거래되는 ‘욕망의 불꽃’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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