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회자들, 교회 신뢰·만족도 큰 폭으로 떨어져
신뢰도 63.2%→35.5% 급감
만족도 71.8%→44.3% 하락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숙으로
교회 패러다임 전환 절실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개신교 10명 중 3명의 목회자만이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개혁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제주 제외) 교회 담임목사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의 결과를 최근 이같이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전반적 신뢰도에 대해 목회자 35.5%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5년(63.2%) 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로, 목회자들 스스로가 교회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목회자 53.2%는 한국 교회가 개혁을 이뤄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무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44.3%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수치는 2012년 조사 당시 71.8%에서 27.5%나 하락한 것으로, 목사들의 부정적 의식이 상당히 증가했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33.3%, 불만족 답변은 22.4%에 달했다.

‘나의 신앙과 일상생활의 태도가 일치한다’고 답한 목회자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목회자 67.2%만이 신앙과 생활이 일치한다고 했다. 이는 2012년 조사 97.4%에서 30%나 떨어진 수치다. ‘교회 교인들의 신앙과 일상생활의 태도가 일치한다’고 답도 2012년 87%에서 63.5%로 하락했다.

목회자들은 목회 환경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성장의 정체’를 지적했다. ‘교인수 성장이 더딤(30.3%)’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교인의 영적 성장이 더딤(21.2%)’ ‘교육의 부족(14.0%)’ 등의 순이었다.

목회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목회자 21.9%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40대 이하의 젊은 목회자들에게서는 34.7%로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 ‘소형교회 실태와 목회자 인식 조사’ 결과에선 소형교회 목회자의 47.1%가 목회자의 영적 고갈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29.6%는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소형교회 목회자들의 영적 상태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에도 목회자들의 교회 세습에 대한 찬성이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목회자의 68.4%가 ‘교회 세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2012년 전 조사(71.0%) 때보다 2.6%포인트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교회 상황에 따라 인정될 수도 있다’는 응답은 31.5%로 지난 조사보다 2.6% 높아졌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선 ‘일정 기간 유예해 준비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자발적으로 납세해야 한다(31.9%)’ ‘내년부터 즉시 시행해야 한다(20.8%)’고 답했다.

목회자의 월 사례비는 5년 전 평균 213만원보다 줄어든 176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목회자의 이중직(부업)에 대한 인식도 찬성이 55%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로는 고 옥한흠 목사가 8%로 1위에 차지했다. 이어 고 한경직(4.4%)·장경동(3.6%)·조용기(3.2%)·고 하용조(3.1%)·고 손양원(3%) 목사 등의 순이었다.

이번 목회자 의식조사에 참여한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목회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일이 아니다. 목회자 스스로도 목회에 충실하면 일정 정도 만족감을 누리며 교회 또한 부흥 성장하는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며 “현 시무교회에 대한 항목별 만족도를 알아본 결과 모든 항목에서 만족도(긍정률)가 50%를 넘지 못했으며, 12년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 교수는 “교회 성장이 멈춘 현 시대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 이제 교회도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교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실에서 말로 전도를 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삶을 통해서 본을 보이고 기독교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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