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누구도 보증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데 가격이 폭등해 수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하루 24시간 하루 6조원씩 거래되며 순식간에 수십 퍼센트씩 가격이 오르내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광풍이 한국에서는 더 세게 불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탄 투하 지점)가 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정도가 원화로 결제되고 국제 시세보다 20% 정도 높게 거래된다. 지난 9월 중국이 인터넷 도박이나 각종 범죄 자금의 돈세탁, 사기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자 중국 자금이 대거 국내로 유입됐다고 한다.

이에 정부도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난 13일 ‘가상통화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미성년자나 외국인은 거래를 금지, 투자자 본인확인을 의무화, 제도권 금융기관의 매입·보유·투자 금지, 환치기·외화반출·투자금모집 등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에 대해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의무화, 고객자산 별도 예치, 거래소의 각종 사고 시 서비스 중단과 주식이나 펀드처럼 과세를 검토한다는 것 등이다. 이번 대책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거품과 투기 열기를 빼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가 다소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중단이나 거래소 폐쇄 같은 강경책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가상화폐가 가진 양면성 때문이다. 한 면은 투기 광풍이란 어두운 그림자이고 다른 면은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블록체인이라는 가상화폐의 핵심기술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스템은 해킹·조작이 불가능하고 투명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가상화폐의 혁신성과 탈중앙화 정신을 높게 보는 이들은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했다. 반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에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운 얘기”라고 했다.

가상화폐의 양면성 중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국가별로도 정책이 극단적이다. 투기 광풍, 금융 불안, 국부 유출 등 어두운 면을 보는 국가들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비교적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반면 일본과 영국, 스위스는 비트코인의 통화 기능을 인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다. 미국은 11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先物) 거래를 이미 시작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승인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등장한 지 8년 만에 제도권 금융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도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은 금년 4월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화폐를 법적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고 지금까지 15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식 승인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상점, 식당과 숙박업소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를 법적 인정도 규제도 안 하는 불간섭 원칙을 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암호화폐를 오직 투기나 범죄 수단으로 보거나 비트코인 자체를 죄악시하고 화폐와 가치에 대한 새로운 현상을 외면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핵심요소인 블록체인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로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을 일으킬 분야다. 거품이나 투기 잡는다고 섣부른 규제로 나라를 뒤흔들고 혁신기술까지 사장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다만 이것으로 도박을 하거나 돈세탁 등 범죄에 이용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은 필요하다. 정부는 ‘가상통화 긴급대책’의 신속한 후속 조치로 비트코인 시장의 거품과 투기 열기를 빼고 비트코인 거래를 정상화해야 한다. 아울러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과세 과정에 혼란이 없도록 가상화폐의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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