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다. 올해는 재학생 중에 대구 운암고 강현규군과 민사고 길병건군이 만점을 받았고 특히 강군의 공부법이 세간의 화제다. 강군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공부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강군은 “중학교까지는 영어·수학 학원에 다녔지만 고등학교부터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어차피 문제를 푸는 건 자신이기 때문에 학원 갈 시간에 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풀다가 막히는 문제는 포기하지 않고 풀릴 때까지 물고 늘어져 스스로 답을 찾아 실력을 늘려 나갔다. 문제집을 한 권 사면 매일 목표량을 표시해두고 절대 미루지 않았다. 모르거나 안 풀리는 문제를 선생님께 여쭤보면 그 순간엔 이해한 것 같지만 나중에 다시 풀면 모르는 게 반복돼서 아예 물어보지 않고 혼자서 답을 찾을 때까지 풀었다. 잠을 안 자고 새벽까지 공부한 다음 날 컨디션이 엉망이고 오히려 잠을 잘 잔 다음 날 집중이 잘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부터는 하루 7시간씩 잠도 충분히 잤다. 수능시험장에서 쓰는 교실책상을 공부방에 두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주말마다 수능 시간표대로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공부방을 시험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 수능을 대비해 연습한 것이다. 군인들이 전투할 곳의 모형 도시를 만들어 전투연습을 한 후 전투에 투입되는 원리다.

강군의 공부 비법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끈기와 꾸준함이다. 문제집을 사서 몇 장 풀다 새 문제집을 사는 일을 반복하는 학생이 많다. 문제집의 종류를 따지지 말고 한 문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야 내 것이 된다. 매일 공부량을 정해두고 그날의 계획을 미루지 말고 끈기와 꾸준함으로 계획을 완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주도적 학습은 가장 바람직한 학습방법이지만 대부분 끈기와 의지가 부족해 실천하지 못한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 사람들 속에 섞여 공부하면 공부의 효율성이 좋아진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교육에 내맡기기 전에 어릴 적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사교육은 국·영·수 기초를 잡는 단계인 중학교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고등학교부터는 학원의 도움을 받을 시간에 자신이 계획을 세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서너 배의 효과가 있다. 선생님이나 강사가 설명해주는 것에 의지하면 진정한 내 실력이 되지 못하고 응용문제는 도전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잠도 억지로 쫓으며 비능률적으로 공부하지 말고 잠을 적당히 자며 낮에 맑은 정신을 유지해 공부의 효과를 배가 시켜야 한다. 공부는 스스로 자기의 뇌 속에 지식을 각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야 오래 기억된다.

필자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 자녀를 공부시켰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부의 가장 기본은 논술을 포함한 국어다. 국어가 안 되면 영어도 수학도 절대 잘 할 수 없다. 국어를 못하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과탐, 사탐도 못 푼다. 지문을 읽으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일기나 독후감, 산문을 통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한자 공부도 병행해 국어실력을 향상 시켜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가장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게 된다. 어려서 습관이 된 독서의 저력은 문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지문을 읽고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어릴 적 엄청난 독서량이 공부의 가장 기본이 됐다”고 말한다.

역대 수능 만점자들이 밝힌 공부비법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다음날 학습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잠을 적당히 자고, 공부할 때만은 공부에 집중을 하고 적당히 휴식도 취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한다. 매일 정해진 목표량을 반드시 달성하고 누구에게 의존하는 공부가 아닌 자기주도적 학습을 한다”였다. 결국 공부방법이 문제가 아닌 그 공부 방법을 실천하는지 여부가 고득점 여부를 좌우하는 것이다.

수능만점자들은 그 노력에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시 돼서는 안 된다.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도 사회의 일원으로 제 몫을 다하는 사람이 더 많다. 부모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한 기도를 기억하면 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분명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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