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전국 대부분의 학교는 조회시간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휴대전화 가방에 보관한다. 수업시간 중에는 담임교사가 교무실에 보관하다 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소지하면서 발생하는 학습권 침해, 스마트폰 게임, SNS 과다 사용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 조퇴하는 학생이나 집에 긴급히 연락을 해야 할 경우 담임교사에게 얘기하면 내어 준다. 담임교사로서 학생들과 실랑이를 가장 많이 벌이는 업무다. 학교에 침입한 절도범에게 휴대전화 가방을 통째로 도난당해 담임교사가 거액을 보상한 경우도 있다.

중학생 한 명이 “휴대전화 규정이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회시간에 수거했다가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휴대전화 관리 방법이 헌법에서 보장한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학교장에게는 휴대전화 규정 개정을, 교육감에게는 모든 학교의 휴대전화 규정을 점검·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현대 사회에서 휴대전화는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생성·유지·발전시키는 도구다.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의 의미도 있다. 학교는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공동체 내 토론으로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게끔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인권위 권고는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임의로 사용해 교사의 수업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을 간과하고 내린 결정이다. 학생이 긴급히 부모와 연락할 필요가 있을 경우 내어주는데도 불구하고 ‘통신의 자유 침해’라고 규정한 인권위 해석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자제력, 판단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자율로 휴대전화를 통제·관리하도록 맡기면 그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학창 시절은 교칙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준법정신과 자제력을 배우는 시기다. 수업과 학습에 방해되는 휴대전화를 보관토록 하는 것은 오히려 대다수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강연이나 공연, 영화를 보러 가도 잠시 휴대전화를 꺼두고 사용을 하지 않는 게 예절이다. 자율에 맡길 경우 십중팔구 수업 중에 누군가의 벨이 울릴 것이고 쉬는 시간에 다음 수업준비 보다는 휴대전화 게임에 빠질 것이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이 한 명만 있어도 수업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교사는 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수업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토록 함으로 인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의 인권이나 권리가 무시돼선 안 된다. 이미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돼 교권은 이미 무기력해질 대로 무기력해졌다.

필자도 학생들과 휴대전화 수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적이 많다. 휴대폰을 두 개를 갖고 와 고장 난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다른 전화로 쉬는 시간 게임을 하는 학생도 있고 안 갖고 왔다며 반납을 하지 않고 몰래 사용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의 경우 휴대전화 중독에 가까워 규정에 의해 압수를 하면 심하게 반항하며 안하무인 태도를 보여 지도에 애를 먹었다. 인권위 권고대로 ‘수업시간 휴대전화 자율 사용’을 시행할 경우 교사들은 실랑이가 두려워 아예 방관하게 되고 수업은 엉망이 될 것이다.

빌게이츠 회장도 자녀들에게 “14세까지 휴대전화를 갖지 못한다.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한다. PC사용은 하루 45분 이내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적용했고, 스티브 잡스도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저녁이면 식탁에서 책과 역사에 대해 얘기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많은 것들이 시행됐다. 그 결과는 교권추락과 청소년 범죄증가로 나타났다. 의무와 책임을 가르치지 않고 미성숙된 어린 학생들의 인권만 지나치게 존중하고 자율만 부여해서 나온 결과다. 어떤 문제든 현장에 답이 있다. 학교 현장에 나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 맞는 권고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권이 먼저 보호되지 않는 학생인권 보호는 교실 붕괴만 가속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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