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 ‘패륜남 사건’ 학내 자치규약 제정키로

[천지일보=최배교 수습기자] ‘연세대 패륜남’ 사건과 관련한 파문으로 총학생회가 학내 자치규약을 만들기로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25일 이 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연구실을 화장실로 오인해 시비가 붙어 청소직원과 경비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나자 대책위원회를 마련하고 자치규약 제정에 착수했다.

자치규약은 ‘평등한 관계 맺음, 서로에 대한 배려, 노동에 대한 재인식’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 사건은 개인의 인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닌 노동자들에 대한 저평가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청소·경비 노동자를 무시하고 하찮게 보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바꾸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저평가된 인식이 폭력이라는 방법으로 드러난 것뿐이지 한 개인의 인성문제가 아니다”고 말하고 “이 사건을 단순히 ‘패륜남 사건’으로 규정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학생회관에 붙은 ‘공대건물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대자보를 읽고 있던 정치외교학과 3학년 권모(23, 남) 씨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찮은 대우를 받았다는 게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여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의예과 1학년인 조창욱(20, 남) 씨는 “학내 규약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학생들의 인성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학교 측에서 숨기지 말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학교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 청소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59, 여) 씨는 “(청소직원들이) 자식뻘 되는 학생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고되고 힘들지만 사명감을 갖고 일해 왔는데 허탈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 회장은 “자치규약은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방법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쓰레기 버리고 인사하는 것 하나라도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지점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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