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난민기구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난민은 1612만 1427명이다. 1분에 24명꼴로 난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뉴시스)

기독교인 체포·구금하는 박해 우려

[천지일보=이지솔 인턴기자] 한국에 살면서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소년을 ‘종교적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이란인 A(14)군 가족이 “A군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기독교인을 체포·구금하는 이란 본국에 돌아갈 경우 소년이 박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A군이 귀국하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적법절차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며 “A군이 2011∼2012년 이란의 친척에게 개종 사실을 알린 후 가족들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어 정부에 개종이 알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독교인임을 숨기고 이란에서 생활한다면 박해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경우 종교의 자유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 또한 박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A군은 지난 2010년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왔다. 이듬해부터 그는 친구의 권유로 서울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2013년부터는 주일학교를 다니며 성경 공부를 했고, 매년 두 차례 열리는 교회 수련회와 각종 모임에도 참석했다. 2015년에는 무슬림이었던 아버지를 전도해 같은 교회 신자로 등록했다.

A군의 모국인 이란에서는 이슬람교에서 기독교 등 다른 종교로 개종한 자국민을 변절자나 신성모독자로 취급한다. 이란 정부는 개종한 사람들을 체포·구금해 고문하며 징역형 등을 내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A군 측은 지난해 5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란 내 가족에게 A군의 개종 사실이 알려져 있다”며 “고국에 돌아갈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군은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반면 함께 종교를 바꾼 소년의 아버지는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 4년 동안 한국 정부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23312명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같은 기간 425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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