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기호 1번 설정스님의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설정스님 측은 학력, 재산, 은처자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금품수수를 넘어 이번엔 학력·재산·은처 의혹까지 몸살
선관위 중립위반 논란 시끌… 319명 선거인단의 선택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후보자들을 둘러싼 고소·고발과 금품선거, 인신공격성 의혹 등 비방전이 과열돼 혼탁선거 우려를 낳고 있다. 종단 운영의 미래 비전을 들을 수 있는 종책토론회도 사실상 무산되며 후보자들을 검증할 기회조차 사라져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조계종단 적폐종식을 외쳐온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호 1번 설정스님의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촉구했다. 설정스님의 학력·재산·은처자 의혹 등을 문제 삼았다. 전날 시민연대는 선거인단 선출 논란을 일으킨 마곡사 교구종회 녹취파일의 내용도 폭로했다. 이들은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할 선관위가 각 교구에 시달한 공문에 ‘00스님에게 선거인단 후보자 추천을 위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이는 사실상의 ‘선거 지침’으로 종도들의 참종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 “선관위는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연대는 “‘00스님’이라는 승려 개인에게 선거인단 추천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거의 모든 교구에서 본사주지에게 선거인단 구성이 위임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관위가 본사주지의 선거관여를 금지하도록 한 선거법 제7조 제1항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주장했다.

교구 선거인단은 총무원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자들로써, 절대적으로 선거 중립 인사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 맞다. 차기 총무원장 선출권을 가진 선거인단이 편파적이거나 중립 인사가 아닌 경우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선거중립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마곡사뿐 아니라 동화사와 은해사, 화엄사도 ‘위임’ 논란을 빚고 있다. 관음사에선 ‘사전모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일부 종회의원들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심각한 종법위반 혐의가 발견됐음에도, 문제가 ‘없음’으로 판정한 선관위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교구에서 각 10명씩의 선거인단을 선출, 총 321명이 차기 총무원장을 뽑게 돼 있다. 선거중립 논란에도 선관위는 9일 직할교구 2명을 제외한 319명으로 선거인단을 최종 확정하고 발표했다.

◆또 금권선거 등 각종 의혹 비방 난무

이번 총무원장 선거도 금권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불교광장 소속 성화·원명스님 등 종앙종회의원 40인은 9일 성명을 내고 기호 2번 수불스님 측근의 돈 선거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며, 수불스님을 향해 즉각 해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불스님 측이 경북지역 모 사찰 2~3곳에 금품을 살포했고, CCTV도 확보했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종회의원스님들은 “입후보하고자 하는 자는 선거일 1년 이내에 일체 금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선거법을 어기고 대중공양을 빙자한 금품 제공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다”며 “참회하고 자중해야 할 수불스님과 관계자들이 또다시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3~4건 더 있다는 제보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호법부에 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수불스님은 10일 성명을 통해 금권선거 의혹을 일축하며 “선거일이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근거 없는 음해나 공격으로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고 상처를 주는, 이른바 네거티브선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종단을 살릴 수 있는 종책으로만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호소했다.

비방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해종언론으로 낙인찍힌 불교닷컴이 설정스님의 학력, 재산 의혹에 이어 은처자 문제까지 제기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설정스님 측은 즉각 반발하고 고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설정스님선대위는 “없는 자식까지 동원하는 이러한 행태는 삼류 정치판에서조차 보지 못하는 추악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해종세력에 대해 선거와 관계없이 발본색원해 가담자와 배후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다. 종법과 사회법으로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설정스님 측은 불교닷컴을 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도 넘은 인신공격” 개탄… 종책토론회 무산

최근 기호 4번 원학스님은 후보를 공식 사퇴했다. 원학스님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선거운동이었고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 속에 진행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며 “당연히 근절돼야 할 금권선거가 선거시작 전부터 문제화됐고, 후보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방법에 있어 후보검증과 종책 토론을 통한 종단행정체계 확립 및 미래비전을 아울러 제시하는 건강성과 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개인의 인신공격과 방어에 급급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도를 넘고 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원학스님의 후보 사퇴로 총무원장 선거는 기호 1번 설정스님, 기호 2번 수불스님, 기호 3번 혜총스님 3파전으로 치러진다.

기호 3번 혜총스님은 “후보자 모두가 자신의 종책을 충분히 알릴 수 있고 선거 결과에도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종책토론회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조계종 선관위는 지난 8일 각 후보 측과 회의를 열고 종책토론회 개최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후보 검증 자리인 종책토론회가 무산되면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막판까지 종책 대결이 아닌 계파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12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치를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반수 이상인 161표 이상을 얻어야 총무원장에 당선된다. 만약 1위 후보자가 과반수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해 다득표자를 당선자로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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