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신태용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문득 선수 시절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성남 일화 시절이었던 2001년 프로축구에서 31세의 나이로 MVP를 수상하던 때의 일이었다.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렸던 프로축구 대상 시상식에서 MVP 수상자였던 신태용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특별 제작한 무대복을 입고 나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연예인들에게나 어울릴법한 하얀색 연미복을 입고 시상대에서 언론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보통 선수들은 시상식에 오를 때 평범하게 싱글 양복을 입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소 튀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의상으로 시상식을 빛나게 해주었다.

시상식을 가진 뒤 인터뷰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린 아들을 안고 마치 준비된 듯 뛰어난 말솜씨로 생동감 있는 인터뷰를 했다. 운동장에서 폭발적인 드리블과 재치있는 골 감각을 보였던 그가 시상식에서 연예인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상당한 스타소질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 시절, 그의 끼는 잘 나타났다. 성남 일화 감독을 거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활동할 때 그는 ‘패셔니스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세련된 옷맵시와 화술을 보여주었다. 선수 시절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지도자로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던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U-20 월드컵 때 전임 사령탑의 도중하차로 중간에 지휘봉을 잡고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되면서 ‘특급 소방수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8강, 올 U-20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번 대표팀 감독은 그로서는 3번째 소방수로 등판하는 셈이다.

그는 뒤늦게 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다. 선수로서도 그랬고, 지도자로서도 그랬다. 성남 일화 감독으로 2008년부터 4년간 팀을 이끌었던 그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 때마다 이름이 거명되기는 했지만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대표팀 코치를 맡게 되면서 대표팀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대표팀에서 그가 비교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선수들을 가족 같은 친화력과 믿음으로 이끌기 때문이라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감독 같으면 한국축구의 상황에 다소 어두워 교과서적인 스타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 감독은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도중에 감독으로 임명됐더라도 팀을 빠른 시간에 추스려 전력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도 위기 때 강한 그의 장점을 높이 사 결정됐다고 한다. 지난 2년여간 월드컵 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이 맡으면서 성적의 기복이 심했다. 아시안컵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대표팀 감독생활을 시작했던 슈틸리케는 올해 들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대표팀은 이란(승점 20)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는 승점이 1점차로 앞서 있는데, 이란과의 홈경기,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 두 경기만을 남겨놔 신 감독으로서는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이다. 6명의 후보자를 놓고 난상토론 끝에 어렵게 선택된 신 감독이니만큼 한국월드컵호가 험난한 파도를 넘어 러시아의 본선 목표를 향해 순항을 했으면 하는 게 축구팬들의 간절한 바램이다.

명장은 위기 때 나온다고 한다. 뛰어난 지도자는 위기에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는 자세로 헤쳐 나갈 때, 뜻한 바대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선수 시절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신태용 감독이 사면초가, 위기의 대표팀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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