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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속으로] “한국마라톤의 중흥을 다시 보고 싶다”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6.29 18: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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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마라톤의 영웅 서윤복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모 스포츠전문지 기자로 한창 활동하던 1992년 초, 겨울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전년도 가장 빼어난 활동을 벌인 아마추어 운동선수들에 대한 체육상 수상 선정위원회의 일원으로 초청된 그는 단신이었지만 6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건강미가 넘쳤다. 얼굴에 검은 버섯꽃이 한두 군데 정도 피어났을 뿐 혈색은 좋았고, 목소리도 힘이 있었다. 동양인으로서 처음으로 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스포츠 영웅의 기개가 살아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역도 원로 김성집 선생, 체육기자 대선배 조동표 선생 등과 함께 선정위원회를 맡아 보면서 마라톤 전문가다운 혜안을 보여주었다. “황영조를 주목해 봐야 합니다. 지금 황영조의 기록 향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번 여름에 있을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며 육상 선수에 대한 후보자 선정을 하면서 특별히 의미 있는 말을 보탰다.

그의 빼어난 예단은 바로 얼마 안 돼 현실화됐다. 황영조가 일본 벳부-오이타 국제마라톤대회에서 김완기의 한국기록(2시간11분2초)를 자그마치 2분15초나 앞당기며 우승을 차지하면서 입증된 것이다. 그는 전 해인 1991년 처음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황영조가 동아마라톤대회와 셰필드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연속 2시간12분대의 기록을 보여주며 유망주로 떠오른 것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당시 한국마라톤은 황영조, 이봉주, 김완기, 김재룡, 김이용 등이 경쟁적으로 기록을 쏟아내며 유망주들이 세계 정상권에 근접해 있었다. 한국마라톤이 도약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 그는 내심 올림픽 등 세계 대회 우승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영조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몬주익 신화’를 연출하며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가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처녀 우승을 차지할 때는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얼마 안돼 정부 수립을 하기도 전인 1947년 4월 한국인 최초로 2시간25분3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군정 하에서 미군 군용기를 타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갔으며 대회 현장에서 경비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체구의 그는 강인한 인내력과 체력을 앞세워 세계 강호들을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그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우승자 손기정 선생과 자주 비교된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민족의 울분과 한을 품고 일장기를 달고 달려야 했던 손기정 선생은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세계 정상에 서는 후배들의 출현을 간절히 바랬다. 손기정 선생의 소원은 해방 후 2년 만에 그가 풀어준 것이다.

서윤복 선생과 손기정 선생은 보스턴 마라톤에서 선수와 코치로 함께 우승을 엮어낸 뒤 한국마라톤의 성공을 위해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다. 황영조, 이봉주 등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그와 손기정 선생 등이 마라톤 중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 전무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며 한국 육상 발전에 헌신했으며 1978년부터 4년간 대한체육회 이사를 맡아 전국체전위원장직을 수행하며 한국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

2013년 레슬링 원로 장창선 선생과 함께 대한체육회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서윤복 선생은 지난 27일 노환으로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지만, 병중에서도 황영조, 이봉주 이후 대가 끊긴 한국마라톤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한국마라톤의 중흥을 다시 보고 싶다”며 마라톤 관계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한 시대를 화려한 마라톤인생으로 풍미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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