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과 사드문제로 한중관계는 최근 냉랭하다. 1992년 8월 24일 수교 이래 이렇게 양국 분위기가 안 좋은 적이 없었다. 금년 수교 25주년 행사도 진정 경축의 분위기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떠한 일이든 원인과 결과가 있다. 사드포대 배치가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낳는 결과를 표면적으로는 보여 주고 있다. 양국관계의 긴장은 중국 측에서 볼 때 사드 배치가 원인이고 결과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든 부문에서 교류와 접촉이 제한되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측에서 보면 사드 배치는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때문이고 안보주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이라는 동맹이 깊숙이 개입된 현실적인 동북아 국제정치의 실상이다.

숙명적으로 동북아에서 4대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은 특히 미중의 문제이기도 한 사드배치 때문에 가장 큰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사드문제로 아직 통계화되지 않고 시작된 대가는 종착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패권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는 한국은 아직까지는 뚜렷한 해법을 갖지 않고 있으니 난망할 뿐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고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부시-오바마로 이어지는 16년과,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9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북한핵 문제와, 미사일을 다루는 데 있어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6차 핵실험이 목전에 와 있고, 약 10개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까지 비정상적 결과만을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전략적 인내는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제조하라고 시간을 준 것이며,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죄송하지만 실패한 정책인 것이다.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방치한 결과는 한국무역량의 26%를 차지하는 중국과 수교 이래 가장 좋지 않은 관계를 갖게 됐고, 미국과는 동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제적 군사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가다가 이렇게 커가기 시작한 한국의 대가는, 국내적으로 불안 속에서 계속 짊어지고만 갈 수는 없다. 한국의 문제임을 재삼 직시하고 틈새(room)를 찾아 하나하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 한국에게 평범하면서도 상식적이기도 하고 어느 시각에서는 보다 고차원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4강이 뭐라고 하면 듣는 척하고, 4강이 개입하면 개입을 이해하면서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남북교류의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통한 기능적 방식의 협력과 접촉이다. 북한과 기능적 접근만이 현 단계에서 공포적 균형(balance of terror)을 하나라도 허물고 평화적 균형(balance of peace)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전략적 인내는 무기 만드는 시간을 주었고, 압박은 반발만 자초한 측면이 있다. 남북 간 다양한 방식의 접촉을 하루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증대시켜야 한다. 이것이 한국이 할 수 있는 한국만의 장점이 된다. 남북끼리 대화도 하지 않고 접촉도 하지 않고 4강의 해결책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 나올 수도 없다.

무주에 열린 태권도대회에 북한 태권도 대표단이 왔다. 북한에 한국대표단도 초청을 받아 갈 것 같다. 이러한 방식의 교류도 좋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 공단도 조속히 열어야 한다. 각 방면의 교류와 협력은 현 정세 속에서 일시적 문제를 분명히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가져 갈 수 있는 한국만의 방법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의 장점이다. 우리들의 직접적인 문제이니 우리가 해결하는 데 한국이 진력할 테니 4강은 이해해 달라고 이해를 구하고, 한반도와 한국의 특수성을 보편성 속에서 부각 시켜야만 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해야 되는 것이고, 휴전중인 한반도에서는 더욱 많은 대화와 접촉이 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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