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집요하다. 심지어 중국은 최근 한국정부에게 사드기지 시찰을 요청해 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바로  ‘그런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도까지 언론지상에 나오는 것을 보면 유쾌하지는 않지만 중국 측에서도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학자들 간에 학술세미나에서 비공식적으로 중국의 사드기지 시찰에 관한 의도가 보이는 발언들이 나온 적도 있다. 군사안보 차원에서 잠재적 적국에 우리의 전략자산을 쉽게 노출 시킬 수는 없지만 막힐 대로 막힌 해결의 방법을 찾아가는 여러 가지 방안의 하나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왜 그러냐 하면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제대로 된 환경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국 측도 숨을 고르고 있고, 그 와중에 이런 보도까지 나온 것이다.

이미 사드가 배치되고 2기가 운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드 철수는 있을 수 없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중국 측도 충분히 판단하고 있다고 보인다. 다만 추가 배치를 지연시키고 중국 측에 명분도 주면서 체면을 살려주는 하나의 형태로 제한된 방법으로 사드기지 방문을 허락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물론 한국도 중국 측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상응하는 백두산 후면에 있는 퉁하 기지를 방문해, 중국 측 기지를 한번 보겠다고 역제안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퉁하 기지는 한반도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둥펑-15 사거리 700㎞ 탄도 미사일이 있는 기지이다. 군사적으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상징된 기지라고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호 시찰은 쉽게 되지 않겠지만 이루어진다면, 중국 측도 자국의 명분을 축적하는 계기로 중국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측이 성주를 가 봤더니 글자 그대로 북한을 향해 있고 사드 레이더 사정거리도 우리 염려와 달리 600-800㎞로 중국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염탐하기도 어렵고 요격하기는 더욱 어렵겠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달 말 위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주요의제가 될 사드문제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일말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가령 한국군이 직접 구매해서 운용해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드기지 시찰 요청이 중국 측에서 정식적으로 없었다면, 한국이 선제적으로 와서 보라고 얘기하고 또한 우리가 직접 운용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미국을 믿지 못하고 일본을 믿지 못하는 중국이다. 중국에게 주적인 집단들이 사드를 중국의 코앞에 갖다놓고 염탐한다니 전통적으로 의심이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는 말로서는 도저히 믿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드 시찰 얘기의 취재원은 누군지 몰라도 의심 많은 중국 사람들의 속내를 솔직히 보여준 한 정황이 아닌가 싶다. 상대적으로 그래도 믿는 한국이 운용하고 시찰도 허용하겠다면 중국 측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한국 나름대로 독자적 방안을 만들어 여러 각도에서 시도해 보는 일 과정들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한국은 직면해 있다. 양국을 백프로 만족시키는 방안은 쉽게 도출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 내정자도 언급했듯이 사드를 우리가 직접 구매 운용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다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상호시찰도 충분히 논의해 볼만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직접운용과 호혜적 상호시찰들은 불신을 제거하고 대화로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관문이 되고 출구 전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리만의 독자적 방안 중에 하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관계 당국자들의 심도 있는 검토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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