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HAD) 성주 배치 전개가 중국의 보복을 초래하고 있다. 성주골프장 주인이었던 롯데는 사드기지로 골프장을 한국 정부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중국의 롯데마트는 모두다 영업정지를 당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중국인들의 월급은 롯데가 영업을 하지 못하지만 근로계약상 계속 현재까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라는 한 기업을 뛰어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드배치 결정 후유증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것이다.

5월 3일 현대경제원이 중국의 사드결정 이후 각종 보복으로 국내손실액을 추정해서 밝혔다. 8조 5000억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수준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중국은 0.01%에 불과해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번 칼집에서 칼을 빼든 중국에게 무라도 자르게 하고 사드문제를 더 이상 논의하지 말게 해야 하는데 뚜렷한 출구전략이 없는 한국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여기서 정부의 책임과 외교 전략의 부재를 탓하기에는 과거지사(過去之事)에 불과하니 논의해봐야 무엇 하겠는가?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결론부터 해결방법을 얘기한다면 사드를 우리가 관리 유지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방법이 된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아예 중국에게 사드배치를 인정하게 하고 너희가 믿을 수 있는 한국이 운용한다고 정공법으로 맞서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일본 미국은 상호 믿지 못하는 국가들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베트남전쟁에서, 한국전쟁에서 싸워본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일본과는 중일 전쟁은 말할 것 없고, 지배도 당해본 중국입장에서는 세상에 가장 믿지 못할 국가가 일본이다. 냉전시대의 진영논리가 횡행(橫行)했던 시기의 이념대결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가고 자국무역보호주의가 트럼프의 집권 이후 대두되면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세력들이 각국마다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그 경향성이 뚜렷하다. 중국도 그들이 추구하는 세계최대의 강성국가가 되진 못했지만 미국 턱밑까지 와 있다고 자부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잠재적 주적들이다. 이는 지금 중국 학생들과 정책결정자 그룹에게 암암리에 교육을 통해 각인되고 있다. 중국의 적들이 괌에 일본에 이어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고 운용하겠다니, 중국으로서는 믿을 수도 없는 적들이 코앞까지 와서 유사시 중국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겠다고, 백주 대낮에 떠들어대니 어떠한 이유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이왕 이렇게 한반도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의 현 정부와 미국이 사드배치 결정을 했으니, 중국에게 불신이 만연한 미국이 운용하게 하지 말고 한국이 사드를 사들여 관리 운영해서 사드 종말모드를 북한으로 향하게 하고 북한핵을 중국이 처리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중국에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한국이 운용하여 사드 문제와 기타보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트럼프가 요구할 방위비분담액 증액과 한미 무역자유협정 재개(reform)라는 예봉도 피해 가는 효과도 동반하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용성이 있다.

한국의 국방비는 40조이다. 사드포대 하나가 1조 1000억원이 된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통해 233억 달러로 대미 흑자가 두 배 늘었다. 경제적 논리에서나 안보적 측면에서나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드배치운영을 한국이 하고 그럼으로써 미군 방위비 증액 요구와 미국과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영민하게 피해가고, 중국에게 당당하게 한국이 직접 사서 북한의 위협을 막는 안보주권 행위임을 명백히 밝혀 얽혀있는 사드의 실타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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