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후보가 557만표 차이로 당선됐다. 17대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승리한 표차를 뛰어넘었다. 역대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것이다. 물론 득표율은 역대 최고가 아니다. 5자 싸움에서 이렇게 큰 표차로 승리한 것은 나름대로 유의성(有意性)이 있다.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은 차치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격을 복원하고 내외적 적폐를 청산해주길 바라는 염원들이 담겨 있다고 본다. 

이러한 과정의 선거를 거쳐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박근혜 정부 말부터 한중관계가 달려 가고 있는 최악의 모습들은 정권교체와 더불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시그널들이 보이고 있다. 중국 측도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이후 연일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내주고 있다. 

먼저 중국 국영CCTV에서 신정부 출범에 관한 소식들이 보도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심층보도가 아니고 일반적 소식이 주류지만 중국 보도의 특성상 변화라면 변화라고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국회취임소식은 아주 상세하게 다루기도 했다. 중국방송은 민영방송이 아니기에 내부적으로 정책적 판단이 없이는 데스크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시 주석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축전을 보냈고 중국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대통령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했다. 또한 14일에는 중국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한국정부 대표단을 만났다. 박근혜 정부 말에는 한국 정부단 초청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전에 초청장을 보내 왔으며 박병석 민주당 의원을 대표하는 한국정부 대표를 시 주석이 5분이라는 짧은 접견이지만 만나 준 것이다.

19일에는 이해찬 전 총리를 대표로하는 한국의 특사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아주 의미있는 말을 했다. “한국이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중국도 한중관계를 중시한다. 우리는 한국 측과 함께 상호 쉽지 않게 이룬 양국관계의 성과를 지키고 상호 이해 기초위에 정치적인 상호신뢰를 구축하며 갈등을 잘 처리해 양국관계를 다시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로 되돌리기를 희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치적인 상호신뢰와 갈등이라는 두 부문이다. 이는 현재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중국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믿을 만한 특사가 왔다고 만족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측의 호의는 분명 복선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배치 때문에 경색된 한중관계를 정상화 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사드배치 과정의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것을 알고 있기에 사드배치와 관련된 정책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전의 정부와 같이 신정부와 대립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중국 측도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한반도 사드 철회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대전환의 계기를 대표단과 특사의 만남을 통해 한국 측에 직간접적으로 확실히 전달하고 7월에 있게 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점이 있다.

이에 한국 측은 중국의 속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분명 한중관계 정상화 호기가 왔다. 금년 8월 25일은 한중관계 외교정상화 25주년이 되는 역사적 해이기도 하다. 동시적이며 호혜적으로 양국관계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한국은 민주적으로 사드배치문제를 국회에서 논의를 해 결정할 것이며 어떠한 결정이 나와도 따를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의 결정은 구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할 필요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중관계 정상화 신호탄은 사드가 될 확률이 가장 높으며 중국 측과 심도 있고 진심어린 소통을 발판으로 지속적으로 구동화이(求同化異)를 이루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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